누가 1,000만달러(약 111억원) 잭팟을 터뜨리느냐보다 타이거 우즈(43·미국)가 162만달러(약 18억원)를 손에 넣느냐가 더 흥미로운 한판으로 급변했다. 우즈가 첫날 극적으로 공동 선두에 오르면서 시즌 최종전에서 시즌 첫 우승을 따내는 짜릿한 시나리오에 숨결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우즈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열린 2017-2018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쳤다. 리키 파울러(미국)와 함께 공동 선두다. 지난 2013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5년 만이자 PGA 투어 통산 80승 완성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준수한 라운드를 이어가던 우즈는 마지막 18번홀(파5·590야드)에서 응원 함성의 데시벨을 절정으로 끌어올려놓았다. 320야드 티샷 뒤 핀까지 256야드 거리에서 5번 우드를 든 그는 치자마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볼은 그린에 안착했고 8.5m 이글 퍼트 성공으로 단숨에 5언더파. 공동 선두로 마친 우즈는 짧게 주먹을 내질러 보였다.
7일 PO 3차전 BMW 챔피언십 1라운드에 62타를 적으며 5년 만의 최소타를 작성한 우즈는 2라운드 70타 이후 66-65타에 이어 다시 65타를 쳤다. 3개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로 고공비행 중이다.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올 시즌에 우즈는 총 다섯 차례 65타 이하 기록을 남겼는데 그중 세 번이 막판에 터졌다.
이 대회에는 정규시즌 성적과 세 차례 PO 성적을 더해 산정한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만 참가한다. 수년간 부상과 부진을 거듭했던 우즈는 2013년 이후 첫 투어 챔피언십 출전이다. 페덱스컵 랭킹 최종 1위에게는 1,000만달러의 보너스가 돌아간다. 페덱스컵 20위로 나선 우즈는 이번주 우승하더라도 최종 1위에 등극할 확률이 희박하다.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부진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1,000만달러 잭팟의 주인공이 누구냐보다 ‘골프황제’가 과연 5년 만에 다시 우승상금을 챙길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162만달러. 1,000만달러보다 162만달러의 향방이 더 주목받는 모양새다.
우즈는 1번홀(파4) 티샷부터 시원스럽게 출발했다. 드라이버로 페어웨이를 반으로 갈랐다. 이 홀 결과는 보기로 안 좋았지만 5번(파4)·6번홀(파5) 연속 버디로 힘을 냈다. 8m와 4.5m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홀 이글만큼 멋진 장면은 7번홀(파4)에서 나왔다. 드라이버 티샷이 어긋나 나무 기둥 바로 뒤로 숨었는데 우즈는 낮게 깔아 치는 펀치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렸다. 2퍼트로 막아 파. 버디 못지않은 파로 위기를 넘긴 우즈는 후반에 버디 2개를 보태며 신바람을 냈다. 그중 14번홀(파4)에서는 206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우즈는 이날 평균 31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뽐냈다. 페어웨이 안착률(71.4%)과 그린 적중률(77.7%), 퍼트 수(26개) 모두 안정적이었다. 경기 후 우즈는 우승에 대해 “올 한 해를 아주 멋지게 장식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BMW 챔피언십 때도 우즈는 첫날 공동 선두였는데 마지막 날 공동 6위로 마쳤다. 이번주는 그때보다 더 어려운 코스라 우즈는 그때 1라운드의 62타보다 이날의 65타가 더 잘 친 것이라고 했다.
페덱스컵 2위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4언더파 공동 3위다. 로즈는 우승하면 무조건 페덱스컵 1위로 올라 1,000만달러를 가져간다. 3언더파 공동 5위로 출발한 페덱스컵 5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도 이번주 우승하면 페덱스컵 우승이다. 페덱스컵 1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1오버파 공동 21위로 밀려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