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연이 짙어지고 있는 미중 통상분쟁, 4차 산업혁명 대응 부족, 주력업종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주요 그룹마다 당면 현안이 산적해 있다. 평소 눈코 뜰 새 없는 재계 총수들로서는 추석 연휴가 미래 경영을 가다듬을 절호의 기회다. 그런 만큼 상당수의 총수는 이번 연휴에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신사업 구상 등에 나선다.
방북을 마치고 지난 20일 복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로 탄력이 붙은 지배구조 개편작업, 신수종 사업 논의 등으로 바쁜 연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앞서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개발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휴에 이 부회장이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이건희 회장 면회 등으로 국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과 함께 현안을 살펴본다. 특히 정 회장은 주말께 미국에서 귀국하는 정 수석부회장으로부터 미국 현지 분위기를 보고받고 관세 폭탄(25%)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숙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등 해외에서 실적 회복을 위한 대응책, 지배구조 개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부진 속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묘책도 찾아야 하는 형편인데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늦어도 연내 새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북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자택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한다. 재계의 한 임원은 “최 회장의 경우 북한에 갔다 온 직후라 남북 경협 사업 구상, 다음달로 예정된 SK그룹의 ‘CEO 세미나’ 등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대북 제재에서 빠져 있는 양묘 분야 유관기업인 SK임업이 남북경협의 첫 단추를 끼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첫 명절을 맞아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한편 그룹 조직개편 등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 구 회장 체제를 뒷받침할 인재와 조직을 새로 구성하기 위해 정기인사를 당길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관련 의사 결정을 위한 작업도 예상된다. 아울러 AI·로봇·증강현실(AR) 등 신기술 분야 육성을 위한 그룹 차원의 방안도 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허창수 GS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도 특별한 일정 없이 올 4·4분기, 내년도 경영구상에 몰두할 계획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의 경우 추석 당일을 가족과 함께한 뒤 해외일정을 소화한다. 해외사업장 점검 차원의 출장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을 취하고 포스코 개혁과제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은 손경식 CJ 회장은 추석 연휴를 미국에서 보낸다. 방미 기간 중 뉴욕에서 미국 내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수상하고 현지 CJ 사업장도 둘러본다.
/이상훈·박성호·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