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강남미인’ 류기산, “마라톤 첫 스타트를 기분좋게 끊었어요”

“2018년을 기분 좋게 출발한 것 같아요. 마라톤에 비유하면, 첫 스타트에서 이제 막 뛰기 시작한 기분이랄까요. 긴장도 되고 하는데, 일단 바람도 시원하고 공기는 좋은 것 같아요. 행복하게 첫 스타트를 끊은 것 같요. 더 달리다보면, 힘들고 땀도 나고 목도 마르고 할 것 같은데 ... 지치지 않고 잘 뛰겠습니다.”

신인 배우 류기산이 2018년 첫 스타트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독립영화 단편 ’나가요’, ‘주왕’, ‘샘’ 및 상업 영화 ‘게이트’‘불한당’ 등에도 출연하며 천천히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15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 미니시리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 연출 최성범, 이하 ‘강남미인’) 속 학생회장 구태영 역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강남미인’은 류기산의 실질적인 데뷔작이다. 드라마 종영 인터뷰로 만난 류기산은 “사실 처음이란 게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서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해요. ”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 제 연기에 대한 평이 안 좋으면 어떡하나’ 떨리고 기대가 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제가 계속해서 이 일을 못하면 어떡하나’란 걱정과 ‘앞으로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란 기대감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1987년생으로 올해 나이 서른 둘인 류기산은 “뒤늦게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 조금은 나이가 있다. 군대도 이미 갔다 온 건강한 사람이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초등학교 시절 목격한 최지우, 박중훈 주연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촬영 현장은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초등학생의 눈엔 “멋있다.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고 했다. 하지막 막연한 꿈은 그저 가슴 한켠에 묻어둔 채 고교 시절 캐나다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미술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 후에야 진짜 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뒤늦게 입학했다. 그 외 다수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 개성 있는 연기로 한예종 출신의 숨은 실력파로 인정 받고 있다.

“배우의 꿈이란 게,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보는 꿈 아닌가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냥 묻어뒀던 것 같아요. 나중에 대학 가서 전공이 생기고 나서 고민이 깊어졌어요. ‘이 일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가’ 아니면 ‘그저 잘 하는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죠. 배우의 꿈이 다시 떠올랐어요. 지금 아니면 도전도 못해보겠다. 우선은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학교 휴학을 하고 비행기 표를 끊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갔어요. 운이 좋아서 한예종에 합격할 수 있었어요.”





직접 경험한 연기자의 길은 ‘정말 재미있었다’. 배우의 길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겠지만, 그에게 가장 재미있는 길은 단연코 “연기자의 길”이었다.

“누가 배우 일이 재미있냐고 물어보면 ‘재미있습니다’고 바로 말해요. 연기는 항상 할수록 궁금하고 재미있거든요. 물론 편하게 대답하면, ‘재미있어요’ 인데, 신중하고 깊이있게 대답하면 ‘재미있긴 재미있는데, 어렵고 힘들기도 해요’ 라고 답할 수 있을 듯 해요. 배우의 길이란 게 여러 생각들이 많이 하기 마련이라서, ‘재미있다’는 한 마디에 제 생각을 다 담아내긴 힘든 것 같아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명대사 ‘카르페디엠’처럼 현재를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힘들어도 어려워도 감사하면서 즐기면서 연기를 하고 싶어요. ”



‘강남미인’은 부모님과 하나뿐인 형도 매일 밤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힘을 실어준 작품이다. 가족들은 대놓고 칭찬하진 않지만 몰래 모니터링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과 동생 자랑을 하고 있단다.

“부모님이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직접 아들에게 표현을 하시진 않는 편이세요. 아버지는 무심하게 ‘툭’ ‘너 기사에 나왔더라’ 말씀하시는 게 다죠. 항상 금토 밤에 본방 사수 하시고, 친구분들이랑 같이 하는 것 이야기 하는 걸 옆에서 들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말씀 하시는데 항상 좋으신 것 같아요. 한 살 터울 형은 ‘똑바로 잘 좀 해라’는 말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응원은 하는데 표현은 그렇게 하는거죠. 제 앞에선 절대 좋은 소리를 안 해요. 항상 쓴 소리만 하는거죠. 제 분량이 적게 나오면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뭐라고하고, 많이 나오면 ‘많이 나온다’고 뭐라해요.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죠. 하하.”

고민하고 노력하는 배우 류기산은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도 전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은 배우의 눈빛에선 믿음이 전해졌다.

“하반기에는 더 잘 하고 싶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불러주신다면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 받고 싶다기 보다는 연기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가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항상 교집합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교집합 안에 들어가는 배우분들이 잘한다는 평가를 받잖아요.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연기를 해야겠죠.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고, 다음 작품에선 제 목소리도 연구하겠습니다.”

류기산은 자신의 이름처럼 ‘산처럼 크고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 “세상을 품은 산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달리하며 변화무쌍하게 보여주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다양하고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시청자분들께 ‘감사합니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