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의 현역 시절 별명은 ‘필드의 슈퍼모델’이었다. 큰 키와 빼어난 패션 감각, 승부사 기질로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20대 후반에 화려한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결혼과 출산으로 제2 인생을 열어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그랬던 서희경이 해설자로 돌아온다. 오는 10월4일 경기 여주의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다. 서희경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회와 대회 코스를 “친정”이라고 표현했다. 시집 간 딸이 아이를 업고 친정을 찾듯 서희경은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이젠 ‘다둥이 엄마’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 해설을 맡았던 서희경은 “은퇴 후 골프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해설로 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지난해는 엄마와 남편이 휴가를 내서 아이들을 봐줬는데 올해는 막내도 아직 어려서 걱정이다. 그래도 가족들은 마음 편히 다녀오라고 응원한다”고 했다.
2006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서희경은 2008년 첫 우승과 더불어 그해 6승을 거뒀고 이듬해에는 5승을 쓸어 담으며 순식간에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이후 2011년 미국으로 진출한 서희경은 미국 진출 첫해 신인상을 받았다. 2013년 결혼과 출산으로 투어를 잠시 접었던 서희경은 2015년에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시기에 무대를 내려오는 게 쉬웠을까. 서희경은 머뭇거리지 않고 답했다. “미련이나 욕심이 있었다면 아마 은퇴 못 했을 거에요. 선수 생활 동안 원 없이 다 쏟았잖아요. 우승도 했고 미국도 갔고 좌절도 했고요. 지금은 아이들 키우는 게 재미있어요. 남자 아이 셋이라 전투적인 매일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하고 정말 행복해요.”
서희경은 2009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자이기도 하다. 그해 대상, 상금왕, 다승왕 등 개인 타이틀을 휩쓸었다. 서희경은 아직도 당시 우승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2009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이 제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스폰서 주최 대회이고 루키 때부터 출전했던 터라 저만 느끼는 부담감이 조금 있었어요. 꼭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4라운드동안 샷 감각이 정말 좋았어요. 작년 해설 때도 그때의 기억이 또렷이 나던데요. 특히 시상식 세리머니 때 마신 맥주의 청량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긴 긴장감 끝에 마셨던 맥주였고 꼭 마시고 싶었던 맥주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을 넘어 서희경과 ‘하이트진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데뷔부터 은퇴까지 서희경의 모자 정면에는 하이트진로 로고만 있었다. 서희경은 “루키 때 시드순위전을 치르는데 회사의 선수 담당자 분이 좋게 보셨던 것 같다. 그게 스폰서의 인연으로 이어졌다”며 “저도 나중에는 다른 기업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처음 저를 믿어준 고마움이 커서 옮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서희경은 하이트진로에 대해 “친정? 그런 느낌이다. 골프장이나 회사 직원들도 모두 잘 안다. 가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서희경에게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 비결을 조언해 달라’고 하자 “요즘 어린 선수들이 저보다 훨씬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마지막 4개 홀에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코스 대부분의 그린에서 약간의 착시 현상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서희경은 해설자로서의 각오도 밝혔다. “시청자분들이 기술적인 것만 궁금해하시는 건 아닐 거에요. 선수들의 뒷이야기나 숨겨진 이야기처럼 사소한 것들에도 관심이 있을 거라고 봐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제가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속마음을 이끌어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