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때문에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만 1주일에 10시간이 넘습니다. 보통 정부세종청사나 국회를 방문하는데 한 번 왔다 갔다 하면 진이 다 빠지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늘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경상남도 진주혁신도시에 위치한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A씨는 1주일에 한두 번은 서울이나 세종시로 출장을 간다. 본사에서 KTX 진주역까지 20분 정도가 걸리고 다시 서울역까지 가는 데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겨우 1~2시간의 회의나 보고를 위해 왕복 8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야 한다.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의 한국전력공사 직원 B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1주일에 2~3번으로 출장이 잦기는 하지만 나주역에서 서울역까지 KTX 열차를 타고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서다. 대신 주말마다 서울 집을 오가는 게 부담스럽다. 회사에서 한 달에 왕복 3번까지는 KTX 열차 비용의 80%를 내주기는 하지만 매달 10만원 이상 들어가는 자비가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임직원 중 절반가량은 1주일에 한두 번은 서울 및 기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으로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 5년여가 흘렀음에도 중요한 회의는 여전히 서울이나 세종에서 관계기관 및 부처와 직접 만나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이 워낙 많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주 1회 출장을 간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6.9%(178명)로 조사됐다. 주 2회 출장을 간다고 답변한 직원은 12.4%(60명)였고 주 3회 이상 출장을 간다는 이도 7.8%나 됐다. 반면 출장을 아예 가지 않는다는 임직원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진주혁신도시 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 배치된 지 2년 정도가 된 한 직원은 “열차 내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동 시간은 대부분 버려진다고 보면 된다”며 “툭하면 국회나 정부세종청사 등에서 업무 보고를 요청하는 탓에 출장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장 대상은 타 기관이나 민간기업과의 업무 협력을 위한 출장이 가장 많았고 국회나 정부부처로의 출장도 잦았다. 주된 출장 대상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서 타 기관 및 민간기업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51.3%(202명)이었고 정부 부처도 38.3%(151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회로 출장을 자주 간다고 응답한 직원도 14%(55명)로 적지 않았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마다 화상회의를 위한 장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이용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화상회의의 경우 문서를 주고받는 등 형식적인 회의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화상회의로 관계기관과 업무를 진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특히 국회나 정부부처에서 업무 보고를 요청할 경우 꼼짝없이 서울로 올라가 대면 보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