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성폭행 혐의 사실이 입증되면 대법관 지명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캐버노 지명자의 스캔들이 미 정계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캐버노 보호에 급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빼는 모양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버노 지명 철회 의사에 대한 질문에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제시되고 혐의 사실이 입증되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27일 열릴)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주의 깊게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버노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만든 사기극(Con game)”이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캐버노와 관련한 세 번째 폭로까지 터지면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도 이날 폭로가 캐버노에게 치명적이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성추문 폭로는 크리스틴 포드 교수를 비롯해 캐버노와 예일대 동창이었던 데버러 라미레스에 이어 세 번째다. 캐버노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새 의혹이 연이으면서 캐버노 지명자의 의회 인준은 더욱 위태로워지는 분위기다.
공화당은 일단 27일 의회 청문회를 거쳐 이튿날 오전 법사위 표결 및 상원 전체표결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잇따른 성추문 폭로로 표결 절차 강행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인물을 밀어붙이기에는 공화당이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1991년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의 악몽이 재연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는 “(공화당은) 남성 의원들이 피해 여성을 편향적으로 몰아붙이다 역풍이 불었던 토머스 대법관 청문회처럼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증인으로 나선 애니타 힐에게 공화당 남성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토머스 대법관 편을 드는 심문을 진행하면서 여성 유권자들이 크게 분노했고 이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패배의 쓴맛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