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대법관 지명자 캐버노, 연이은 성추문…"집단성폭행 현장에 있었다"

세번째 피해 여성 “고교 시절 약 먹이고 집단성폭행”…네번째 익명 투서도

민주당, FBI 조사 촉구 등 파문 확산…트럼프 “청문회 지켜볼 것”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지난 5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 인준청문회에 출석,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지난 5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 인준청문회에 출석,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성폭행 미수 의혹과 관련한 의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세 번째, 네 번째 피해자가 연달아 나타났다. 캐버노 지명자는 의혹을 즉각 부인했지만, 그가 고교 시절 여학생들에게 약을 먹이고 집단 성폭행하는데 가담했다는 내용이 제기돼 인준을 둘러싼 파문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줄리 스웨트닉(55)이라는 여성은 이날 변호사 마이클 아베나티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1980년대 초 고등학생 시절 집단성폭행을 당했으며, 이 현장에 캐버노 지명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메릴랜드주의 게이더스버그 고교에 다녔던 스웨트닉은 당시 캐버노 지명자와 같은 파티에 10번 이상 참가했으며, 캐버노 지명자가 “과도하게 술에 취해 여자애들의 ‘노(No)’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도하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등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스웨트닉은 당시 자신도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약을 탄 술을 먹게 해 거부할 수 없는 상태가 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소녀들을 성폭행하려고 남학생들이 화장실 옆에 줄 서 있던 현장에 대해 진술했다. 그는 “1982년 무렵, 나는 이런 ‘집단’ 또는 ‘무리’ 강간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됐다”며 “그곳에는 마크 저지(캐버노의 친구)와 캐버노가 있었다”고 밝혔다.

스웨트닉은 “캐버노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여자아이들과 밀착해 옷을 벗겨 은밀한 신체 부위를 노출시키는 등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 가담했다. 그는 그 일이 일어나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나를 강간하려는 남자들과 싸울 수 없었다”며 “내가 마신 음료에 퀘일루드(진정제)나 그 비슷한 약품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누가 자신을 성폭행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며, 캐버노 지명자가 당시 남학생 무리 사이에 있었을 뿐 직접 누군가를 성폭행했다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캐버노 지명자의 성 추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스웨트닉의 폭로 이후에도 상원 법사위는 그의 네 번째 성폭행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NBC에 따르면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하는 익명의 편지가 코리 가드너 상원 의원에게 전해졌다. 이 편지에서 익명의 제보자는 캐버노 지명자가 1998년 워싱턴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한 여성을 벽으로 밀치며 신체적으로, 성적으로 폭행하는 것을 자신의 딸과 다른 이들이 목격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그 피해 여성이 자기 딸의 친구였으며 “내 딸을 포함해 최소 4명의 목격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여전히 큰 충격 속에 있다”는 것을 덧붙였다.

앞서 팰로앨토 대학교수인 크리스틴 포드는 고교 시절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시도에 대해 폭로한 바 있다. 포드 교수와 캐버노 지명자는 2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이에 관해 증언한다. 또 데버라 라미레스라는 여성 역시 1980년대 예일대 재학 시절 한 파티에서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그동안 캐버노 지명자를 옹호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한 발 물러섰다.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행 증거를 찾아낸다면 그의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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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버노 지명자에 관한 질문에 “제기된 의혹들은 내게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고 말했지만 법사위 청문회 이후 지명에 대한 결정을 바꿀 수 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녀(포드 교수)가 뭐라고 하는지, 캐버노 판사가 뭐라고 할지 고대한다”며 “미국 역사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캐버노 지명자가 즉각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성명을 통해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성 추문이 연달아 터지며 캐버노 지명자가 의회 인준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계에 캐버노 지명자의 스캔들은 뜨거운 감자다. 공화당은 예정대로 27일 의회 청문회를 거쳐 법사위 표결 및 상원 전체 표결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잇따른 폭로에 표결 절차를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주당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캐버노 지명자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상원의 인준 투표 전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10명 전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캐버노 지명을 철회하거나 FBI 수사를 명령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AP통신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발생지인 메릴랜드주의 민주당 소속 주(州) 의원 11명이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서장에게 서한을 보내 캐버노 지명자를 둘러싼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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