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9·21대책을 내놓았지만 신규 택지 후보지의 주민 반발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족 기능이나 광역교통망에 대한 보완 없이 일정에 쫓겨 택지를 지정할 경우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공급이 급증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해당 지역 내 우려도 크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20만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총 30만가구 규모의 택지지구 후보지를 확정하겠다고 한 공급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에 대한 주민공람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국토교통부는 9·21공급대책을 통해 경기·인천권에서 광명 하안2를 비롯해 의왕 청계2, 성남 신촌, 시흥 하중, 의정부 우정, 인천 검암 등 6곳에서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곳은 광명시다. 광명시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부의 신규 공공택지지구 지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공람 이전에 국토부와 사전 협의를 마치고도 반대를 공식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광명시는 국토부가 광명 하안2지구를 신규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한 것은 지방자치권을 훼손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시흥시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택지지구 지정에는 찬성하지만 지역 여건에 맞는 개발 방향, 개발 이익의 환원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흥시는 입장자료를 통해 “집만 지어놓고 떠나는 사업방식으로 인해 각종 부담이 시의 행정·재정 등의 정책 여건을 어렵게만 만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주거용도 위주의 토지이용 계획은 지양하고 일자리 창출과 기존 주거지역과의 상생, 개발 이익의 지역 내 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도 신규 택지를 둘러싼 반발이 일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 주민들은 ‘성동구치소 졸속개발 결사반대 위원회’를 결성하고 택지조성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들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복합문화시설 및 스타트업 창업공간을 조성하겠다고 한 공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택지지구다. 정부는 앞으로 신도시 4~5곳을 비롯해 총 26만5,000가구가 들어설 택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나마 이번에 택지 후보지로 발표된 곳은 일정 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공감대가 형성된 곳이다. 그러나 과천·안산 등은 해당 지역에서 거세게 반발하면서 후보지 발표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서울과 인접한 고양·부천·남양주·하남 역시 유력 후보지로 꼽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반대 목소리가 강경하다.
국토부는 해당 지역의 우려와 요구를 반영해 택지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앞으로 절차를 진행하면서 업무·문화 시설 등 자족 기능과 교통개선 대책을 고려해 택지지구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택지지구 조성으로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하남시의 경우 오히려 미사지구 등의 택지지구 조성을 통해 인프라가 개선되고 해당 지역의 교통망과 거주 여건이 좋아져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며 “택지 조성을 통해 인프라가 확충되면 주거 여건이 개선되고 이는 부동산 가치에도 장기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반대가 거셀 경우 정부의 공급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서울 양천구 행복주택 등과 같이 지역주민의 반발로 끝내 정부 공급정책이 무산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밀어붙이기식보다는 정부가 교통망 확충방안 마련, 주민과의 협의 등에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