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감독님과 김은숙 작가님의 말도 안 되는 신뢰에 감사하다. 내가 미스터라면 감독님과 작가님이 나의 ‘션샤인’이다.”
김남희에게 2018년은 잊지 못 할 한 해가 됐다. 잠깐 얼굴을 비췄던 ‘도깨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첫 드라마인 tvN ‘미스터 션샤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오랜 기간 교제한 여자친구와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남희의 앞길에 꽃길이 펼쳐졌다.
어디선가 혜성처럼 등장해 ‘미스터 션샤인’의 최고 화제 인물로 거듭난 김남희. 배우로서 그의 ‘처음’이 궁금해졌다. 그가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가벼웠다.
“고3때 공부도 안 되고 꿈도 없고, 부모님은 ‘도대체 뭘 하고 사는 거냐’며 잔소리를 했다. 삶이 뜨겁지 않았고 ‘나는 뭐하는 놈이지’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학교와 집 사이에 있는 연기 학원을 발견했고 ‘연기를 하면 멋있어 보이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연기를 하면 야쟈도 뺄 수도 있고 수능 공부도 안 해도 되니까. 진지한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충동적이었던 시작과 달리 그는 연기에 운명적인 끌림을 느꼈다. 단순히 멋있어 보일 것 같아 시작한 연기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뜨거운 열정을 심어줬다. 그때부터 배우의 길에 발을 들였고 대학 진학을 시작으로 연극과 독립영화를 통해 활동하면서 연기 경력을 다져왔다.
“첫 날 학원에서 상담을 받고 마치 신세계가 열린 느낌을 받았다. 그 때부터 내 삶이 바뀌었다. 그 다음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학교 선생님에게도 ‘연기를 해야 하니 야자를 빼 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종례시간에 연기를 해서 잘 하면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 연극 ‘왕의 남자’의 공길을 연기했다. 친구들 뿐 아니라 믿었던 선생님마저 비웃더라. 열이 받아서 교실을 뛰쳐나왔다. 서러워서 눈물이 나더라. 그때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진지한 마음을 먹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극이나 독립영화로 계속 활동하다 2013년 영화 ‘청춘예찬’으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데뷔 5년 만에 ‘미스터 션샤인’을 만났다. 유명 배우들을 제치고, 극 후반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리 타카시 역을 따냈다. 배우 인생에 갑자기 찾아온 ‘션샤인’이었다.
“내가 무슨 팔자에 이런 작품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를 알리게 됐다. 사실 이 작품으로 내가 배우로서 인정을 받은 건 아니다. 워낙 캐릭터가 훌륭했고 독특했으니까 캐릭터 덕분에 내 이름을 같이 알리게 된 것 뿐이다. 덕분에 장인 장모님도 떳떳하게 뵐 수 있을 것 같다. 체면은 살리고 결혼식장에 갈 수 있게 됐다. 이제 앞으로의 연기 활동으로 진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의 션샤인이 이어질지 꺼질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그가 연기한 모리 타카시가 유독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이유는, 연기를 대하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타고난 기술도, 깊은 감정도 아닌 그저 온 몸을 바쳐 연기에 임해야 한다는 배우 김남희의 가치관은 연기를 통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 생긴다면 배우로서 모든 걸 다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감정으로 한다, 기술로 한다’ 이런 얘기들이 있지만 나는 연기는 온 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보는 사람이 ‘재밌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소름이 돋고 정신을 못 차릴 만큼,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이것저것 다작을 하는 배우 보다는 한 작품을 찍더라도 길이길이 남을 수 있는 명작을 하고 싶다. 좋은 연기를 오랫동안 가치 있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