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대표 기술주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투자 고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BANTT(바이두·알리바바·엔비디아·텐센트·테슬라)’가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증시가 급락했지만 중국의 거대 콘텐츠 기업에 대한 장기 성장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또 페이스북 등 일부 FAANG 기업이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BANTT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28일 증권가에 따르면 IBK자산운용은 중국·미국의 콘텐츠 기업 등 ‘BANTT’ 투자를 핵심으로 한 주식파생형펀드 ‘IBK FANG+1.5 레버리지 인덱스펀드’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FAANG뿐 아니라 중국 바이두와 알리바바와 같은 주요 콘텐츠 기업과 테슬라 등에 각각 10%씩 분산 투자해 중국 기술주의 장기 성장성에 대응하는 한편 신흥국 증시의 급변동을 미국 간판 주식으로 방어한다는 구상이다. 또 종목에 대한 융통성을 두고 향후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종목도 담을 계획이다.
IBK자산운용이 주목한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은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주가 하락폭이 가장 큰 기술주에 속한다. 이달 초까지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1년 전 고점 대비 25% 이상 급락했으며 이는 미국의 유사 콘텐츠 공룡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하락폭의 두 배를 넘는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서 중국 증시가 저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들 기업이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펀드 중 바이두 투자 비중이 12%에 달하는 ‘신한BNPP한중4차산업목표전환형편드’는 최근 3개월간 12%의 손실을 입었지만 한 달 수익률은 1.18%로 회복됐다. 알리바바 비중이 13.4%에 달하는 ‘하이차이나인프라-컨슈머펀드’는 3개월 수익률이 -23.85%였는데 최근 -2.24%까지 손실폭을 줄였다. 최근 최고경영자(CEO) 사기 혐의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테슬라 투자 펀드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ABL글로벌에코테크증권펀드’는 포트폴리오에 테슬라 비중이 9.2%에 달하지만 연초 이후 마이너스를 극복하고 최근 한 달 1.42%의 성과를 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들 종목의 장기 성장 가능성이 큰데 대외요인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며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한 자금이 펀드에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ANTT의 핵심인 중국 주요 기술기업이 중국 경제의 구조전환이 진행될수록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중국 기업의 주가 약세 원인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소비위축이다. 때문에 무역전쟁 상황이 완화되거나 소비심리가 반등하면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하면 중국인의 구매력이 상승하고 자본유출 우려가 줄어드는 것도 호재다.
하지만 주가 반등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며 “기업 이익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으며 이는 3·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단기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지혜·김보리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