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서로 차별화한 신금융 사업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영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30일 네이버에 따르면 일본 자회사 라인은 최근 종속회사 라인파이낸셜에 2,476억원을 출자했다. 앞서 네이버는 라인에 7,517억원 규모를 출자했는데 이 자금 중 상당액이 라인파이낸셜로 들어간 것이다. 네이버는 “라인의 글로벌 금융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출자 결정”이라고 출자 취지를 설명했다.
네이버의 손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은 지난 1월 설립된 모바일 금융 플랫폼(기반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라인파이낸셜은 지난 6월 일본 최대 금융투자회사인 노무라홀딩스와 합작해 ‘라인증권’을 설립했다. 앞으로 자본금을 100억엔(약 980억원)까지 확보해 연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라인이 개발한 ‘디앱(분산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각종 지식이나 후기 등을 공유하면 암호화폐 ‘링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링크는 비트박스에서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는 연내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라인파이낸셜은 또한 올해 4·4분기 중 ‘라인보험’과 소규모 투자 플랫폼 ‘라인테마투자’를 각각 설립해 자체 금융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용 대출 서비스를 위한 ‘라인크레딧’이라는 자회사도 이미 설립했다.
라인파이낸셜이 금융플랫폼 사업을 이처럼 발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모기업인 네이버의 ‘라인’ 메신저 서비스 덕분이다.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뿌리를 내리는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이용자 기반을 급격히 넓혀왔다. 따라서 라인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출시하면 그만큼 조기에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기가 쉽다. 실제로 모바일결제·송급 앱인 라인페이는 2014년 12월 출시된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말 4,000만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현금 없는 결제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라인이 라인페이를 시작으로 여러 금융분야로 자연스럽게 영역을 넓힐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시장에선 아직 라인의 입지가 확고하지 못한 만큼 모기업 네이버가 직접 공략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포털사이트를 통해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운영 중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한국 시장은 일본과 달라서 네이버페이 사업은 일단 할 수 있는 것(온라인 서비스)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메신저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 서비스에 간편결제·송금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덧붙인 이후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왔다. 다만 카카오톡은 해외시장 기반이 아직 미약하다. 카카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2억 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중국 앤트파이낸셜과 손을 잡았다. 카카오페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만 찍으면 즉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결제 로밍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로 여행을 떠날 때도 지갑이 필요 없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국내 증권사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금융투자상품을 카카오페이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판매하려는 전략도 마련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외에도 ‘카카오뱅크’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고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구도라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아시아 등 글로벌 금융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층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