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사장단과 임원들은 올해 연말 큰 폭의 인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총수가 교체되거나 경영 일선에 복귀한 대기업에서는 ‘깜짝인사’가 예상되며 부진한 사업 부분에 대한 조직 개편이 예상된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고 밝히는 등 인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005380), SK, LG 등은 올 연말 예정된 정기 인사를 앞두고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성과 평가가 한창이다.
올해 연말인사의 최대 관심은 현대차 그룹이다. 최근 승진한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빅피처’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 수석 부회장이 승진 후 미국 방문 등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라 실무를 맡고 있는 부사장급 이하에서 대폭 승진 인사가 예상된다. 다만 내년 초 있을 사장급 인사에서는 올해 수시 인사가 많았고 전문 경영인들의 활약이 여전한 만큼 갑작스런 대규모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미래차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차량부문에 있는 부회장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며 “젊은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올리긴 해도 이번 인사에서 바로 사장단들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심은 LG그룹이다. 만 40세의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어떤 고민의 결과를 꺼내 놓을 지 관심이다. LG그룹 인사는 오는 11월 말로 예상되고 있지만 다소 앞당겨 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계열사별로 사업부장, 사업본부장, CEO 순으로 이어지는 연간 실적업무보고가 한창이다. 인사 시기는 다음 달 구 회장 주재의 사업보고회 이후가 될 전망이며 6인의 그룹 부회장을 포함한 대폭의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관련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4대 그룹 중 가장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LG그룹이 전사적으로 힘을 주고 있는 AI 사업 관련 조직개편과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 받는 모바일 사업부와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한 디스플레이 부문 인사도 관전 포인트다. 파격적인 영입인재도 가능하다는게 LG 내부의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2의 박진수·조성진·차석용을 발굴하는 것이 구 회장의 최대 숙제”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삼성전자(005930)는 이번 연말 인사에서 안정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을 흔드는 것은 다소 무리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자동차 전장사업 등 ‘포스트 반도체’ 발굴에 힘을 기울여 온 만큼 외부 인력 영입과 함께 조직개편 가능성이 언급된다. 반도체와 모바일 부문 주요 CEO 인사를 지난해 단행해 연령대가 낮아진 만큼 임원진들의 승진인사와 이동이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는 17일 CEO 세미나를 앞두고 있는 SK 그룹의 인사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SK그룹은 연 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임직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최근 2년간 5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CEO를 주요 계열사에 배치한 데다 이들의 성과가 괜찮다는 점에서 인사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CEO 간 이동보다는 조직개편에 중점을 둔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또한 지난 연말 각 위원장을 연쇄 이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한 만큼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임기가 올 연말 만료 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감안하면 무난한 연임이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사 CEO의 성과를 평가하는 CEO 세미나에서의 마무리 발언이 SK그룹 인사를 예측게 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계열사 CEO에 대한 규정이 바뀐 만큼 연말 인사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금융회사 CEO 자격요건으로 ‘금융분야 지식과 경험’을 처음으로 넣은 만큼 과거처럼 비금융계열사에서 바로 금융계열사로 옮기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은 그룹에서 주요 업무를 맡다 금융계열사로 곧바로 넘어온 임원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 금융계열사의 임원들의 교체가 불가피하다. /양철민·신희철·박성호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