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에서 회장의 공장 순회방문 때 여직원을 동원해 꽃다발을 전달하고 레드카펫을 까는 등 ‘과잉의전’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서울 강남구 소재 중견기업 I사는 연매출이 수천억원대로 지난 1973년 설립된 이래 자동차 부품인 휠베어링 분야에서 세계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4일 회사원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따르면 I사 회장이 각 지역 공장 순회를 하면 직원들은 계열사별 임원 지시하에 일제히 공장 설비를 닦는 등 청소를 하고 주변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 심지어 여직원들에게 치마와 하이힐, 흰 장갑을 착용시키고 동선에 배치해 회장을 수행하도록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I사의 한 직원은 “회장님 보시기에 분위기가 칙칙하다며 사무직 직원들을 동원해 아스팔트 바닥에 검정 페인트칠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회장이 따로 시키지 않아도 임원들이 ‘알아서 기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간부가 부하직원에게 폭언을 일삼았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한 직원은 “모 전무가 회의실에서 40분 동안 쉬지 않고 큰소리로 이 XX, 저 XX 등 욕설을 한다”며 “녹음파일도 다수 가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익명 폭로전은 최근에 “회사가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직원에게 조니워커블랙(양주) 구매 심부름을 시켰다”는 내용이 한 일간지에 보도된 후 터져 나오고 있다. 회사는 당시 “직원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보도 후에도 “관리팀장·총무팀장은 필요시 출장자에게 유선으로 양주 구입 요청을 부탁드린다”는 황당한 공지를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꼼수’ 지시만 내려보낸 것이다.
한편 회사 측은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직원들의 폭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현·김우보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