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모든 변론과정을 마치고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10년간 논란이었던 ‘다스의 실소유주’ 여부가 오늘 결정된다.
5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횡령·뇌물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약 349억원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의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생중계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인 4일, 변호인을 통해 “건강상 선고시간 동안 법정에 앉아 있기 어렵다. 법원 판결에 따라 일부 방청객들의 과격행동도 예상돼 경호문제가 염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불출석 의견을 밝혔다. 변호인은 “전직 대통령이 재판 받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것이 국격과 국민 간 단합을 해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1심 선고를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비리 의혹의 시작은 ‘다스’였다.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씨가 최대 주주로 돼 있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다스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혹은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2007년부터 불거졌다.
유력한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이 투자자문회사 BBK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었고, BBK에 다스가 19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점 때문에 다스가 과연 누구의 회사인지가 당시 대선 정국의 뇌관처럼 여겨졌다.
당시 의혹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은 이 전 대통령과 다스가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고, 수사망을 모두 피해간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10년이 지난 뒤 검찰 수사결과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은 다스 관련 의혹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경영 현안을 수시로 보고했고, 비자금 조성 지시도 직접 받았다”는 측근들의 진술을 대거 확보했다.
10년 전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도곡동 땅과 다스의 주인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무관하다’라고 한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재검토했고, 그들로부터 과거 진술이 거짓이었다는 실토도 받아냈다.
올해 1월엔 서초동 영포빌딩의 지하 2층에 다스가 임차한 공간을 압수수색해 다스의 BBK투자자문 투자 관련 문서와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국정 관련 문서들도 찾아냈다. 압수수색에서 나온 증거물까지 정밀하게 분석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결론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은 각종 공소사실의 전제가 되는 ‘다스 실소유’를 전면 부인했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과 마찬가지로 5개월간 이어진 재판 변론에서 “다스는 내 것이 아닌 형님인 이상은 회장의 것”이라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변호인은 최근 재판부에 낸 139쪽 분량의 의견서에서도 “이 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다스 경영진으로부터 회사 경영 현황을 보고받은 것이 다스의 소유자임을 입증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심도 있게 검토한 1심 법원은 유·무죄와 형량 등을 선고하면서 다스 실소유주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