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은 금리결정과 시장과의 소통

이항용 한양대 금융공학부 교수

물가·금융안정 가치 상충에

금리인상·동결 모두 어려워

한은, 논리적 배경 설명으로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해야




오는 18일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과연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 경제상황은 금리 결정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2.0∼2.25%로 인상한 데 이어 앞으로도 수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한국이 현재 1.5%인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역전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금리차 역전이 심화하면 자본유출이 발생하면서 우리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리 인상과 관련해 찬성 쪽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동안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가계부채 증가를 초래했으므로 금리 인상을 통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상황과 물가 추이를 보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투자와 고용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내년의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예상하면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 2% 목표에 근접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미달할 뿐 아니라 보다 기조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물가상승률 측면에서만 보면 금리 인상을 논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금리 인상 찬반 논쟁은 결국 금융과 물가 안정에 대한 정책목표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정책목표는 두 개인 데 비해 한은이 가진 정책수단은 금리 하나밖에 없는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과 완화적 통화정책에 의한 가계부채 증가는 모두 일차적으로 금융안정과 관련된 문제다. 따라서 금융안정을 우선시한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리를 올리면 경기둔화 폭을 확대시키고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낮춰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경기와 물가안정이라는 관점에서 금리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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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중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둬야 할까. 법적으로는 물가안정이 금융안정에 우선시되는 목표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통화정책의 목적은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부가적으로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은 물가안정이 통화정책의 제1목표이며 금융안정은 일차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의 대상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금융안정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안정이 물가안정보다 우리 경제를 더 위협하는 문제라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한미 금리역전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나 가계부채 문제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보다 더 높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금리 결정에서는 한은의 독립성이 존중돼야 함과 동시에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요구된다. 한은의 금리 인상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금리 결정에 대한 배경 설명이다. 특히 향후 물가안정 목표 달성 가능성과 통화정책 방향 등에 대해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설명을 제시함으로써 시장과의 소통을 증진하고 이를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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