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의 5G 장비업체 선정을 앞두고 중국 기업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은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이동통신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화웨이의 백도어 프로그램(도청과 정보유출이 가능한 장치) 설치 가능성 등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실제로 정부가 나설 경우 중국 정부의 반발과 무역보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일 이동통신업계와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5G장비업체 화웨이와 관련 보안에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가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공간에선 “LG유플러스가 5G사업과 관련 화웨이 장비를 택하면 이동통신사를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또 불명확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며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정보 등을 전송할 수 있는 백도어장치가 발견됐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중국의 소프트웨어업체 아둡스(Adups) 테크놀로지가 만든 것으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스스로 내려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와전돼 화웨이가 백도어 장치를 만들어 정보를 빼돌린다는 식으로 온라인 공간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루머 여파로 국내 이동통신업계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유력한 LG유플러스측은 장비와 관련 자체 보안점검을 거치겠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의 우려는 사라지지 않을 기세다. 정부 역시 대응은 소극적이다. 정부는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한 5G보안 기술자문협의회를 꾸려 자문을 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5G 네트워크 구축시 자체보안점검에 대한 기술자문과 보안기술 동향 공유, 대응방향 검토 등 지원역할만 할 뿐 실제 검증 등 적극적 역할은 하지 못 한다.
정부가 이처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과 마찰 가능성 때문이다. 5G장비는 수주 규모가 수 조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사업이다. 정부가 적극 개입한 뒤 화웨이가 국내에서 수주를 제대로 하지 못 할 경우, 중국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무역 보복을 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태명 성균관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정부로서는 중국과 관계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안방에 중국업체를 내준다면 반대급부로 중국시장에 우리업체가 진출하도록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