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주력인 현대·기아차(000270)가 8년 만에 이미 노사 협상을 타결했지만 다른 계열사들이 여전히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계열사들의 임금협상 타결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결국 현대·기아차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노동계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지난 7월부터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좀처럼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내놓은 정기호봉승급분 포함 임금 4만788원 인상, 경영성과급 ‘250%+250만원’ 지급 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생산업체인 현대BNG스틸도 ‘임금 3만8,000원 인상’ 등의 안을 두고 현재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며 현대종합특수강 노사 역시 ‘임금 3만6,244원 인상’ 등의 잠정합의안이 지난달 20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후 미타결 상태다. 이 밖에 현대케피코와 현대엠시트 등 주요 자동차부품 계열사들도 여전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1차 부결된 현대차그룹의 철도차량 생산업체인 현대로템(064350)은 이날 극적으로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일시금 200%+220만원, 신규인원 95명 채용안에 합의했다.
현대차와 기아차·현대모비스(012330) 등 주력 계열사가 여름휴가 전 일찌감치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해 한시름 덜어낸 현대차그룹이지만 철강·자동차 부품 계열사들의 임단협 타결이 지연되면서 영향을 받지 않을지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중심으로 현대모비스·현대케피코·현대엠시트 등 부품 생산 기업과 현대제철과 현대종합특수강·현대BNG스틸 등 철강 생산 기업을 자회사로 둬 자동차 생산의 수직 계열화가 완성돼 있다. 현대·기아차의 노사협상이 지연돼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들 자회사에도 불똥이 튀지만 주요 원재료를 공급하는 자회사들의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현대·기아차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들 자회사의 현대차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비중도 상당히 높다. 실제로 변속기 자동차 엔진 및 변속기용 부품 제조사인 현대케피코는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9,005억원) 중 현대차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발생한 매출이 8,819억원에 달했으며 현대·기아차와의 거래금액만 3,1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매출액이 5,300여억원인 현대엠시트는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일으켰으며 현대제철 역시 상반기 매출 10조2,200억여원 중 1조4,243억원이 현대차그룹 계열과의 거래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들 부품 계열사들의 임단협 합의가 지연될 경우 자동차 완제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노사 문제가 해결 안 되면 현대기아차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다른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대차의 경우 계열사 간 거래가 많은 만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