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권리·의무 승계한 법인, 소속 직원 근로관계까지 이어받은 것 아냐”

근로관계 승계 별도규정 있어야 인정

다만 기존법인 해산 때까지 임금채무는 승계




새로 설립된 법인이 기존 법인의 재산과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해서 소속 직원의 근로관계까지 이어받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별도로 근로관계 승계 규정을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8일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원장을 지낸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가 아시아문화개발원 후신인 아시아문화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시아문화개발원과 아시아문화원 사이에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별개의 약정이 존재하지 않고, 아시아문화원 설립근거 법률인 아시아문화도시법에도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근로계약상 지위가 아시아문화원에 포괄승계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음에도 승계를 인정해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이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다만 대법원은 기존 법인의 해산 때까지 발생한 소속 직원의 임금이나 퇴직금 등 채무는 종전 법인의 의무에 해당하므로 근로관계 승계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설립된 법인에 승계된다고 봤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원장을 지낸 이 교수는 2013년 5월 원장직을 사임한 후 아시아문화개발원 소속 전시예술감독으로 근무했다. 이후 아시아문화개발원이 2015년 1월 ‘업무 지체’ 등을 이유로 자신을 해고하자, 그해 9월 새로 설립된 아시아문화원을 상대로 해고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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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이 교수가 제시간 안에 콘텐츠 제작 및 설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분기별 사업추진상황이나 추진일정별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아 근로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가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취업규칙이 정한 인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해고사유도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은 아시아문화원이 이전 근로관계를 이어받았다고 전제한 후 계약 종료일인 2016년 5월까지 총 1억1,712만원을 밀린 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관계를 이어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밀린 임금을 아시아문화개발원이 해산한 2015년 9월까지로 다시 계산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이 교수의 밀린 임금은 약 6,112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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