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재정적자 6년만에 최고...트럼프 정부 최대 복병으로

직전 회계연도 대비 17% 증가

내년엔 1조달러 돌파 가능성

법인세 축소 등 감세정책 때문

국채발행 늘려 재정적자 메워

녹록지않은 美경제 압박요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1716A11 미국 16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경제정책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속에 미국 경제가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지만 재정적자가 7,790억달러에 달하며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적자와 함께 미국 경제를 압박해온 재정적자는 당장 내년에 다시 1조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져 미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했다. 지난주 미국증시의 폭락을 불렀던 미 국채금리 상승이 재정적자 확대와 더불어 가속화할 위험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미 언론은 15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이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1일~2018년 9월30일) 연방 재정적자가 7,790억달러(약 882조6,070억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보다 17%(1,130억달러) 급증한 것으로 1조달러를 웃돈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연방 재정적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3.5%에서 올해 3.9%로 확대됐다.

미 연방정부의 수입은 올해부터 실시된 감세의 여파로 140억달러 증가에 그쳤지만 지출은 국방비와 저소득층 대상 의료 서비스인 메디케이드, 사회보장, 재난 구호 등의 비용이 늘어나면서 1,270억달러나 늘었다. 법인세 축소 등 감세와 예산 확대가 재정적자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결국 현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말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낮추는 것을 뼈대로 한 감세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감세로 인한 세수손실을 경제 성장률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올 상반기에만도 법인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1가량 줄며 백악관 예산국 전망보다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으로 농업 부문에 긴급 지원금 120억달러를 편성하고 국경장벽 건설 등 새로운 지출 요인이 더해져 재정악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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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악관은 감세에 따른 경제효과를 여전히 강조하며 의회에 재정악화의 책임을 돌렸다. 멀베이니 국장은 이날 “미국의 경제호황이 재정수입을 늘릴 것”이라며 재정적자 확대와 관련해 “무책임하고 불필요한 지출의 비참한 결과를 의회에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경제전문가들은 백악관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며 악순환을 이어갈 것으로 우려했다. 공영 라디오 NPR은 “의회예산국(CBO)이 당초 오는 2020년께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감세 요인 때문에 내년 적자가 당초 7,000억달러에서 9,750억달러로 늘고 예산안 증액까지 반영하면 1조달러를 웃돌게 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감세 이전에는 2022년이 돼야 연간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적자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2028년이면 누적 적자가 33조달러(약 3경5,194조원)를 넘어 GDP의 9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 연방정부는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을 늘려 메우고 있는데 기준금리 상승과 함께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대규모 국채 발행은 국채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물가 상승 우려로 불안한 채권시장에 악재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부정적 시그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일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3.24%를 돌파하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3~4%나 폭락해 아시아와 유럽증시의 도미노를 부른 바 있다. 금리 상승은 가계의 부채 부담을 늘리고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데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12일 국채금리가 시장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3.5%를 넘어 4%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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