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화점 유명 화장품 매장에서 피부 테스트를 하던 중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자 손님이 여성 직원의 머리채를 잡고 폭언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백화점이 아닌 다른 고객이 경찰에 신고한 것을 보면서 감정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느꼈습니다.”
국내 약 260만명가량 되는 감정노동 종사자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관련 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감정노동 종사자의 심리적 건강을 챙기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서울 종로에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를 설립하고 16일 개소식을 열었다. 감정노동이란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업무를 말한다. 대인 업무가 많은 콜센터 상담원, 승무원, 금융 창구 직원 등이 해당된다.
이날 문을 연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는 회의실, 상담실을 마련해 관련 종사자에게 무료로 심리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감정노동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연구조사를 실시해 감정노동 보호 가이드라인 및 보호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전국 최초로 감정노동 관련 센터가 설립된 데 대한 기대감을 전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정훈 서울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소장은 “피해자를 사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면서 “공공부문에서 시작한 이 같은 센터가 민간으로 확산해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위원장은 “감정노동자들이 뒤돌아서 울지 말고 존중과 배려받는 사회가 되도록 센터가 첫 출발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고용노동부는 감정노동자의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 노동자가 건강 장해가 발생하거나 그런 우려가 현저할 경우 사업주가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휴식을 부여하고 필요 시 치료, 상담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김지영·이종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