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회의원들이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부당한 방법으로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와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 초반 1년(2016년 6월∼지난해 5월)간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연간 86억 원) 자료 중 500만 원 이하의 소규모 정책연구용역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했다. 이들 단체는 자료를 2011년 한 차례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서류가 공개됐으나 이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되다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거쳐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총 151명의 국회의원이 발주한 338건의 소규모 정책연구용역 비용은 12억 원이 넘었다. 이들 단체는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좌진의 지인에게 연구용역 3건(용역비 약 1,220만 원)을 발주한 것으로 해놓고, 나중에 다시 용역 비용을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도 연구용역비 600만 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를 “용역비를 계좌로 입금한 다음 다시 받는 이른바 ‘깡’이라는 방식으로 사기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간 총 4건에 걸쳐 1,350만 원의 용역비를 쓴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2017년 한국경영기술포럼이라는 단체에만 총 8건, 4,000만 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 중 2건은 통째로 다른 기관의 연구보고서를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이 밖에도 전·현직 인턴과 보좌진, 아르바이트 대학생, 지인처럼 내부자나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며 “이들 중 연구용역 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들은 예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 세금으로 수행된 연구용역 보고서 원문이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국회사무처는 연구용역보고서 원문이 공개되면 의원실의 입법, 정책개발 활동이 제약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한다고 하는데 이는 부정행위를 비호하고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다음 주 내로 범죄혐의가 드러난 사례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벌여 세금을 빼먹은 행위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범죄혐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검찰은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에 대해 포괄적이고 전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