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남북 국회회담의 허와 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노동당 '거수기'와 대화 무의미

'연방제 통일' 위한 수순일 수도

남북 핵심 의제는 오직 비핵화

北 눈치 보다 본질 잊어선 안돼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제안한 남북국회회담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9월 문희상 국회의장은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에게 남북국회회담을 공식 제의했고 북한 측도 화답했다. 또한 10·4선언 공동기념행사를 위해 방북한 국회대표단과 이달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한 문 의장도 북한 측 인사들을 만나 국회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통일부는 19일 남북국회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담을 이른 시일 내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남북국회회담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5년·1989년·2000년에도 제안했으나 북한 측이 정치공세로 일관해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는 북한 측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성사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과연 남북국회회담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첫째, 우리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노동당의 자동 거수기 역할에 불과할 뿐 아무런 권한이 없다. 밥이나 먹고 친목하는 게 목적이라면 몰라도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공식 회담을 하려면 권한을 가진 상대하고 해야지 꼭두각시에 불과한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회담을 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가 김정은 휘하에서 놀아나겠다고 자처하는 꼴이다. 통일부가 발행한 북한개괄서인 ‘2018 북한이해’에서 최고인민회의가 당이 결정한 것을 추인하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51면)고 평가하고서도 이런 허수아비 조직과의 회담 성사를 주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남북국회회담에 주력하는 배경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및 그 부속 군사 분야 합의서 등을 남북한 대의기관(북한은 아님)인 남북국회회담 차원에서 지지하고 성원하는 모습을 보여 합의사항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최태복 의장은 문 의장의 국회회담 제의에 대한 답신에서 회담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하루빨리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성사시키라고 재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제출했는데 남북국회회담을 통해 대북 퍼주기를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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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남북한 및 북한 추종 세력들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남북 합의사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우리 민족끼리’ 남북 대의기관인 남북국회회담을 통해 합의했는데 웬 딴지를 거냐며 ‘외세배격, 민족공조’라는 북한의 전술구호로 되받아치려는 의도도 내재돼 있다고 판단된다.

넷째, 남북한 당국의 밀월관계가 지속된다면 향후 남북통일 문제를 논의할 것이고 남북국회회담을 통해 추인하는 절차를 연출하려 할 것이다. 결국 이는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낮은 단계 연방제와 연합제의 절충에 의한 통일’에 부응해 연방제 통일로 가는 교두보를 만들자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이 성사된다면 남북국회회담은 연방통일 단계에서 ‘최고민족연방제회의(일종의 통일국회)’로 가는 지름길을 닦는 것이다. 이런 연유에서 남북국회회담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반헌법적 행위이다. 북한은 대한민국 헌법체계상 반국가 불법단체에 불과하다. 이것이 대법원(2003도758)과 헌법재판소(93헌바 34)의 일관된 판례다.

우선순위로 봐도 문재인 정부는 지금 북한 비핵화 이행에 주력할 때다. 거듭되는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구심에도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 대북제재를 먼저 풀자 등의 북한 비위를 맞추는 제안을 하며 핵심의제인 비핵화는 뒷전으로 밀어버리고 딴짓(?)을 하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남북국회회담을 제1야당과 자유민주 진영이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문 의장 및 집권 여당에 지적한다. 국회는 여러분의 개인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한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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