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강릉 70대 노파 피살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돼 법정에 선 정모(51)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형사 1부(김복형 부장판사)는 24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로 석방된 정모(50)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른바 ‘1㎝ 쪽지문’이 지목한 유력 용의자 정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이 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씨는 13년 전인 2005년 5월 13일 낮 12시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 사는 장모(당시 69세)씨 집에 침입해 장씨를 폭행하고 포장용 테이프로 얼굴 등을 감아 살해한 뒤 78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5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돼 석방됐다. 재판 과정에서 정씨는 “당시 범행 현장에 간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참여재판 배심원 9명 가운데 8명도 정씨가 무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 끝에 정씨 사건을 지난 1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피고인의 쪽지문만으로는 유죄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의 판단은 적법하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선 정씨는 “나는 모르는 사건이다. 죄가 없으니 무죄로 판결나지 않았겠나” 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은 “과학수사를 통해 쪽지문이 용의자의 것이라고 밝혀졌는데 무죄라니 믿을 수 없다”며 “부모의 한을 풀어주지 못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조만간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