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울긋불긋한 색깔의 패러글라이더들이 솔개처럼 날고 있다. 얼핏 보기에 수십개도 넘는 패러글라이더들은 하늘을 덮은 새떼 같았다. 바람을 안은 낙하산 아래로는 남한강이 흐르고 있었다. ‘저 패러글라이더들이 강물 위로 내리면 어쩌나’ 하는 뜬금없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패러글라이더가 날고 있는 하늘도 파랗고 강물도 파란색이라 붉은 햇빛이라는 ‘단양(丹陽)’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명의 기원을 찾아봤더니 단양은 신선이 먹는 환약이라는 의미의 ‘연단조양(鍊丹調陽)’에서 유래됐단다. 앞머리 두 글자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이라는 뜻이며 ‘조양’은 햇볕이 골고루 비춘다는 뜻으로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뜻이란다.
단양은 충북에서 비교적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 중 하나다.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지자체가 조성한 콘텐츠도 다양한 편이다. 단양군에 진입해 처음 찾은 곳은 민물고기생태관인 ‘다누리아쿠아리움’. 단양군이 내세우는 대형 수족관으로 이곳에는 토종 민물고기 63종, 2만여마리와 외래어류 87종, 1,600여마리가 전시돼있다. 이밖에 낚시·그물 등의 어로도구와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낚시체험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또 입구에는 대형 쏘가리 조형물이 입을 벌리고 있고 수족관 앞으로는 남한강이 휘돌아 이곳이 단양을 대표하는 관광 아이콘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단양군을 관통하는 남한강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황쏘가리를 비롯해 은어·납자루 등 어종이 915톤의 저수조 안에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특히 성인 키와 비슷한 160㎝나 되는 어마어마한 메기도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군 단위 기초단체에서 조성한 시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가 있는데다 볼거리도 풍부한 편이다. 충북 단양군 단양읍 수변로 111 다누리센터.
단양은 볼거리들이 시내에 오밀조밀 모여 있어 관광하기에 편하다. 아쿠아리움을 나와 찻길을 건너면 단양군을 가로지르는 남한강이 흐른다. 서쪽으로 움직이는 강은 서울 마포나루까지 이어져 조선 시대 선비들이 배를 타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 단양팔경을 즐겼다. 1548년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은 단양의 풍경을 혼자 즐기는 것이 미안했는지 한양 선비들이 놀러 와서 머리를 식히라고 도담삼봉에 정자를 지었다. 도담삼봉 근처에는 150명 정도의 주민이 살았는데 충주댐 건설로 이주한 후 마을이 수몰됐고 지금은 강가 언덕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뜻을 담은 ‘이향정’이 강물을 굽어보고 있을 뿐이다.
도담삼봉 북동쪽 산허리에 있는 석문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도담삼봉에서 남한강 상류 쪽으로 200m 정도 올라가면 가파른 계단이 있다. 이곳으로 20분을 가면 작은 언덕 사이에 걸친 다리 모양의 아치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석문이다. 석문은 단양팔경 중 제2경으로 아치 틈으로 바라보이는 남한강과 강 위를 가르는 보트들이 함께 그리는 파문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석문 가운데로 지나는 보트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멀리서 오는 배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없어 촬영은 쉽지 않은 듯했다. 보트가 지나갈 때마다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 재미를 더했다. 전문가들은 석회암지대인 이곳의 지질 특성상 석문 아래 있던 석회석이 물에 녹고 풍화되면서 무너져 내려 지금 같은 모습의 석문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양군 매포읍 삼봉로 644.
도담삼봉 근처를 일별한 후 사인암으로 향했다. 대강면 사인암리를 흐르는 남조천변에 버티고 선 높이 50m의 이 바위는 우뚝한 모습이 장쾌한데 남조천이 흐르며 만든 소(沼)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사인암이라는 이름은 고려 때 유학자인 역동(易東) 우탁(禹倬) 선생이 임금을 보필하는 직책인 정 4품 ‘사인(舍人)’이라는 벼슬을 지낸 데서 유래했다. 우탁이 생전에 이곳에 머문 것을 기리기 위해 바위 이름을 사인암으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 이 고장 토박이들 사이에 내려오는 구전(口傳)이다. 단양팔경 중 제4경으로 2008년 9월9일 명승 제47호로 지정됐다. /글·사진(단양)=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