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공립 유치원 확대' 숫자 늘리기에 그쳐선 안된다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당정이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국공립유치원 원아 비율(취원율)을 40%로 높이는 시기를 2022년에서 1년 앞당기고 국공립에 적용하던 회계 시스템을 사립유치원에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치원 설립자와 원장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원아모집을 중단하거나 임의 폐원할 경우 행정제재는 물론 경찰고발까지 하기로 했다. 당정으로서는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근본적으로 접근한 대책으로 유아교육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정의 계획대로 국공립유치원을 내년에 두 배로 늘리려면 당장 2,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재원마련 대책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교사 추가 수급 대책도 ‘행정안전부와 협의할 것’이라는 게 전부다. 그 많은 교사를 갑자기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서둘다가 자격미달 교사들이 늘어나기라도 한다면 부모들의 걱정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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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당정의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대부분 학교의 남은 시설을 이용하는 ‘병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의 장이 책임자를 겸임하고 시설도 초등생들에게나 적합하다. 유아교육 전문가가 원장을 맡고 전문시설을 갖춘 유치원에 비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이 ‘단설’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양적 확대만 강조하는 대책의 결과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고용정책은 금방 사라지는 자리만 양산했고 주택정책은 미분양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유아교육이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유아교육의 양과 질을 함께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사립유치원과의 역할 분담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한다. 예산과 시간이 부족하다면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을 유치원에 안심하고 맡기는 환경은 그래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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