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늘 하던 일을 반복적으로 하기도 하고 생전 처음 겪는 일을 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식사하는 일은 되풀이하므로 어려울 것도 없고 긴장이 될 것도 없다. 반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른다든지, 세계 최고의 결승전을 치른다든지 하는 일은 흔하게 있지도 않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자주 겪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일을 하다 보면 뭔가 잘 몰라서 실수하기도 하고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처음 하는 일이라도 그 피해와 책임의 수준이 다르다. 개인이 최고 기량을 겨루는 시합에 나가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질 수밖에 없다. 시합에 지면 응원하는 팬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홀로 패배의 결과를 떠안으면서 다음에 잘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공 기관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업무를 보면서 처음 하는 일이라고 실수를 하거나 피해를 끼친다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오로지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사립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사용한 경우를 보면 회계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관행은 처음이라고 해서 묵과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하는 일에 앞서 걱정하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실수할 수 있으므로 나쁜 결과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용’에서 제안하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면 세계와 전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불미스러운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박학(博學)으로 두루 여러 분야를 배운다. 처음 하는 일은 일단 잘 모르고 어색하다. 바로 시작한다면 잘못하기 쉽다. 이를 피하려면 관련되는 사항과 관련해 두루 배워서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박학이 다섯 단계 중에서도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둘째는 심문(審問)으로 자세하게 묻는다. 박학 단계를 거치다 보면 금방 또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뭔가 잘 알게 됐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안다는 것은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다가 조금 뒤 뭔가 알게 된 듯하다 다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지그재그의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얼마의 시간을 들여서 공부해 알 듯하더라도 그중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이때 사소하더라도 의심이 드는 부분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서 의심을 해소해야 하는데도 쉽게 잘 알게 됐다고 확신하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박학 다음에 심문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신사(愼思)로 신중하게 생각한다. 박학과 심문의 단계를 거치면 사람은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선택지를 생각해낼 수가 있다. 이 선택지는 지금까지 실행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선택지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생길지 예상하기가 어려울 수가 있다. 이때 신사는 여러 가지 선택지 하나하나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면밀하게 고려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넷째는 명변(明辯)으로 명백하게 분별한다. 신사 단계에서 검토하는 선택지 하나하나에 대해 아직 실행하지 않았지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비교 분석을 하다 보면 우선순위가 분명하게 나타나게 된다. 여기까지 실행하기 전의 모든 사항을 주도면밀하게 고려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는 독행(篤行)으로 진실하게 실천한다. 박학과 심문, 그리고 신사와 명변의 과정을 거치고 최종 선택을 했다면 진실하게 실천하게 된다. 두렵고 긴장되더라도 지금 할 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므로 우물쭈물할 것이 아니라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중용에서 제안하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면 우리는 자신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결과나 하지 않았어야 할 일을 하는 경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