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윤옥영의 해외경매이야기]강렬한 햇볕의 수영장 그리기에 '푹'...독자적 작품세계로 뜨거운 인기

호크니, 생존작가 최고가 도전

英 팝아트의 중심이지만 한 사조 묶이기보다 다양한 행보

현실적인 듯하면서도 현실 초월한 듯한 작품분위기 선사

'예술가의 초상' 내달 경매...추정가 8,000만弗로 기존3배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원제는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로 1972년에 그린 214x305cm의 대작이며 오는 11월 경매에 작가 최고가 뿐만 아니라 생존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사진출처=테이트미술관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 원제는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로 1972년에 그린 214x305cm의 대작이며 오는 11월 경매에 작가 최고가 뿐만 아니라 생존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사진출처=테이트미술관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81)의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이 예상 추정가 약 8,000만 달러에 오는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리는 경매에 출품된다. 지금까지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호크니의 작품은 지난 5월 뉴욕 소더비에서 약 2,850만 달러에 판매된 1990년작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와 산타모니카(Pacific Coast Highway and Santa Monica)’로, 이번에 나오는 작품이 추정가 이상으로 판매된다면 기존 기록을 3배 가까이 넘어서게 된다. 게다가 ‘예술가의 초상’이 판매되면 생존작가 거래 최고가 또한 경신하게 되는 것이라 주목된다. 현재 생존작가 경매 최고 기록은 2013년 약 5,800만 달러에 거래된 제프 쿤스의 ‘풍선개(Balloon Dog)’가 가지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와 산타모니카(Pacific Coast Highway and Santa Monica)’데이비드 호크니의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와 산타모니카(Pacific Coast Highway and Santa Monica)’


호크니 작품의 두 번째로 높은 거래 기록은 지난 6월 런던 소더비에서 약 1,500만 달러에 팔린 1998년작 ‘더블 이스트 요크셔(Double East Yorkshire)’가 세웠다. 이는 2013년 약 500만 달러에 팔렸던 것이 5년 만에 다시 경매에 나와 3배의 가격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최근 두드러지는 호크니 작품 시장의 강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블 이스트 요크셔(Double East Yorkshire)’데이비드 호크니 ‘더블 이스트 요크셔(Double East Yorkshire)’


호크니는 피터 블레이크 등과 함께 영국 팝 아트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어떤 한 사조로 묶이기보다는 내면에 충실한 다양하고 독자적인 작업 행보로 유명하다. 그가 활동을 시작하던 1960년대는 미국에서는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하여 무엇을 그리는가 보다 그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던 시기였고, 영국은 매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있었음에도 그는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공공연히 주제로 다룸으로써 더욱 알려졌다. 젊은 시절부터 청력이 좋지 않았는데 청력을 잃어가면서 유난히 공감각의 능력이 발달해 눈에 보이는 세계를 다각도로 이해하는 능력이 출중했던 그는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미술가가 되고 싶은 열정으로 예술학교를 다녔다. 1961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방문한 미국에서 느낀 자유로운 분위기에 매료돼 1970년대에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약 30여 년 간은 미국에서 작업했다. 이 시기에 나온 대표작이 바로 그 유명한 ‘수영장’ 시리즈다.

데이비드 호크니 ‘큰 첨벙’ /사진출처=테이트미술관데이비드 호크니 ‘큰 첨벙’ /사진출처=테이트미술관


영국 요크셔 출신의 청년 호크니는 캘리포니아 저택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 그리고 그 위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에 빠져들어 이를 소재로 작업을 시작했다. 1967년에 그린 대표작 ‘큰 첨벙(A Bigger Splash)’은 다이빙대 위에서 막 뛰어내려 물방울이 크게 튀어 오른 순간을 묘사한 것으로, 단조로운 색의 배치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을 묘사한 역동적인 물의 표현, 그리고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암시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존재감이 매우 독보적인 작품이다. 이어 1972년에 완성한 또 하나의 가장 유명한 ‘수영장’ 시리즈가 ‘예술가의 초상’이다. 물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남자와 수영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빨간 재킷을 입은 남자로 구성되는 이 작품은 작업실에서 우연히 발견된 두 장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하나는 매우 왜곡된 형태로 찍힌 물 속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남자의 사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의 사진. 다른 스타일의 이 두 가지 이미지를 병치해 그린다는 아이디어를 매력적으로 느낀 그는 2주 동안 하루 18시간씩 쉬지 않고 작업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 제목이 ‘예술가의 초상’인 것에서 이 작품이 호크니 자신을 표현한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두 명의 등장인물 중 수영하는 남자가 호크니 자신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빨간 재킷의 남자는 호크니의 뮤즈였던 11살 연하의 피터 슐레진저로 읽힌다. 이렇게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후 호크니의 그림은 보다 선명하고 밝은 색상과 패턴, 야자수, 그리고 젊은이들의 관능적인 분위기를 주로 담았고 물의 미묘한 움직임, 그 위로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 등으로 현실적인 듯하면서도 어딘가 현실을 초월한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돈 바차디’데이비드 호크니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돈 바차디’


호크니는 또한 1960~70년대에 가족이나 친구들을 그린 ‘이중 초상(Double Portrait)’으로 유명하다. 이중 초상이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와 돈 바차디’처럼 두 명의 인물을 그리면서 동시에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 사람 사이의 심리적 관계를 상상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러니 ‘수영장’ 시리즈와 ‘이중 초상’의 개성이 공존하는 <예술가의 초상>은 호크니의 1970년대를 대표하는 대표작 중 대표작으로 꼽힐 만하다. 작년 영국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만 5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고, 파리 퐁피두센터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까지 순회한 호크니의 최대 규모 회고전에서도 이 작품이 도록의 표지를 장식했으니, 이번에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평생 사진작가이자 판화가, 삽화가, 무대 디자이너로 다양한 분야에서도 도전적으로 작업했고,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작업에도 거침이 없다. 이번 달 초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북쪽 회랑에 영국 왕실 역사상 가장 오랜 재위 기간을 보내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념하는 의미로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제작한 ‘여왕의 창문’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2009년부터 아이패드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호크니는 당시 “아이패드는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이 뒤에서 빛이 들어온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 작업은 13세기 이래 영국 왕들이 묻힌 유서 깊은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설치된 그의 첫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이다. 그리고 이는 80대 거장의 끊임없는 도전과 창작의 열정이 지금까지 소중히 지켜왔고 앞으로도 길이 남을 우리의 문화 유산에 현재의 미감과 새로움을 더하는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서울옥션(063170) 국제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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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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