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저평가 받아온 산본이 최근에는 집값이 뛰면서 일산과 견줄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산 아파트 값이 주춤하는 동안 산본 주택 값이 제법 뛰었습니다.”(군포시 산본동 A 공인중개사 대표)
일산 신도시 주택시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분당과 격차가 더 커진데 이어 이번에는 1기 신도시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산본에 마저 위협당하고 있을 정도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동시에 3기 신도시 조성이라는 악재도 도사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통 호재도 있지만 3기 신도시 조성에다 인근에 워낙 많은 택지가 들어서 있어 일산 주택시장의 신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일산신도시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일산요진와이시티는 10월 6억 6,000만 원(14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군포시 산본동의 래미안하이어스 전용 84㎡는 지난 9월 7억 5,000만 원(19층)에 거래되면서 일산요진와이시티를 1억 가까이 뛰어 넘었다.
산본동의 주몽마을(대림) 전용 84㎡는 10월 5억 7,000만 원(5층)에 거래됐다. 동일면적 기준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마을(현대)이 10월 5억3,000만 원(9층),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마을(두산)이 지난 9월 5억6,000만 원(21층)에 거래돼 주몽마을보다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지난 22일까지 1년 간 일산동구와 일산서구의 아파트값은 각각 2.16%, 2.9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분당 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는 15.12%,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는 0.52%,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는 6.06% 뛰었다.
부동산114의 지역별 1㎡당 매매가를 봐도 다른 지역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동안 일산은 제자리걸음 했다. 전용 84㎡ 기준으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위치한 일산동구 백석동은 지난해 말(12월 29일기준) 1㎡당 매매가가 410만 원이었는데 지난 19일 412만 원을 기록해 9개월간 단 2만 원 올랐다. 같은 기간 군포시 산본동의 ㎡당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 347만 원에서 지난 19일 364만 원까지 뛰었다.
일산 집값의 약세는 교통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연내 착공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또 기업유치나 고용증진보다 주택 수요분산에 집중하다 보니 단순히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3기 신도시 조성마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일산서구 백석동의 H공인 대표는 “당장 호가가 내려가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3기 신도시 조성 소식에 안 그래도 뜸하던 손님이 완전히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