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반도24시] 美中 무역전쟁 격화가 준 변화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中, 美압박 타개위해 '화해무드'

한국, 당장은 혜택 볼 수 있지만

흐름 오해하면 국제 외톨이 전락

진창수 위원



중국의 유명 관변학자인 진찬룽 교수는 “미중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며 “이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굴기)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서로의 체면을 세우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2018년 하반기에 들어서서 미중 무역전쟁은 치고받기(tit for tat) 게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무역전쟁에서 중국보다는 미국이 훨씬 더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공세 강화는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정책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트럼프 이전의 무역정책은 개방을 위한 자유무역 확대에 초점을 뒀다. 즉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의 해결을 선호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우월한 지위를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양자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무역적자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보복관세 같은 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무역정책의 특징은, 첫째 무역과 안보를 연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패권국가 미국은 자유무역질서를 옹호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무역과 안보의 분리 정책이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안보와 주권을 침해하는 경제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게다가 “중국이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좌절시키기 위해 미국이 가진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하면서 대중국 압박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목표는 무역적자 규모 축소보다 첨단기술 개발과 보호로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 민족주의와 디지털 보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수입을 늘려 무역불균형이 해소되더라도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차별적 허가 규제,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장려, 불법적 지식재산권 등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점차 더 강경해지고 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전면적 무역전쟁, 대미무역 의존 축소, 그리고 기술 자립이다. 중국은 무역적자 해소에서는 미국에 협조하겠지만 자국 산업 및 과학기술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보복이 중단되더라도 과학기술 분야로 확산돼 대결구도가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됐다. 마이클 필스버리가 예고한 양국 간 ‘100년의 마라톤’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앞으로 국제관계는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으로 양분되는 신냉전 양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중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치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캐나다·멕시코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는 새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했다. 즉 미국은 USMCA에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독자적으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한한 것이다.

신냉전 양상이 격화되면 미국에 안보, 중국에 경제를 의존한다는 한국의 전략은 더욱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각개격파’한 트럼프는 점차 한국과 일본도 경제와 안보를 무기로 중국 압박 전략에 동참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의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주변 교역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최근 중일정상회담으로 중일 협력이 가능하게 된 배경이 미중 무역전쟁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중국이 사드 문제에서 보였던 냉담한 자세를 접고 한국과의 관계증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은 중국의 협력 무드에 한국이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중일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을 오해하면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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