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김병준 "정부, 과도한 시장 통제 안돼...거대한 성장밸리 만들어줘야"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인터뷰]

스타트업, 금융·법률기관 등과 밀착 성장발판 마련을

보수 대통합 위해 필요하다면 '태극기부대'와도 협력

'당협위원장 교체' 내부갈등으로 변질땐 권한행사 할것

국감서 '고용세습 협업'...계파정치 극복 가능성 보여줘

“한국에서 한동안 성장을 얘기하면 마치 분배를 무시하는 것처럼 치부되면서 성장 담론이 금기시돼 왔습니다. 국가 주도의 성장으로 가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았으면 새로운 시장이나 국민이 주도하는 신성장 모델로 갔어야 했는데 그 모델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채 국가주의적 그림만 계속 그린 것입니다.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는 큰 바퀴 위에 얹혀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국도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도 우리만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난 24일로 제1야당을 진두지휘한 지 100일이 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대담에서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경륜을 바탕으로 경제·정치·안보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과 해법,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 또 ‘좌 편향’ 국정운영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적인 정책만을 일방적으로 고집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기 위해 뿔뿔이 흩어져 있는 보수가 인적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담=서정명 정치부장

24일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호재기자.24일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호재기자.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다시 성장을 얘기할 때가 됐고 성장동력은 다름 아닌 기업과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과도한 규제 등의 이른바 ‘국가주의’로 그 성장동력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경제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며 “우리 기업과 국민이 한국 경제와 시장을 이만큼 키워놓았으면 이제는 좀 믿고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을 믿고 풀어주면 그 안에서 자율적인 질서가 구축될 것”이라며 “그런 뒤에 패자에게는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고 공정거래질서도 확립하고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성장 담론을 놓고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 정부는 국민을 통제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며 “그런데 문 정권 들어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국민이 혁신 역량을 가진 이들인지, 아니면 국가가 늘 관리·감독해야 하는 존재인지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토론을 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성장 정책의 예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만~2만명 들어가는 거대한 성장 밸리를 국가가 만들어서 스타트업들이 금융 및 법률기관 등과 밀착해 법률 및 금융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줘 보자”며 “우리 국민의 뛰어난 창의력이 정보기술(IT)과 접목돼 성공 사례들이 생기면 하나의 세계적인 성장 밸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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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화두인 ‘보수 대통합’을 두고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 회복’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분열된 보수가 견제·대안 세력으로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위기의식을 같이 느끼며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야 한다”며 “보수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되 그 중심에는 한국당이 서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당내에서도 논란이 된 태극기 부대의 포용 문제도 같은 취지로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태극기 부대에도 현 정부의 경제·안보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분들을 모두 끌어오자는 게 아니라 한국당을 중심으로 인식할 것은 함께 인식하며 협력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잇따라 만난 것도 같은 차원으로 해석해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수 통합의 핵심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바른미래당의 공개 비판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국당의 범보수 통합에 자당 의원의 이름이 잇따라 거론되자 “한국당의 보수 대통합은 ‘극우보수 잡탕밥’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손 대표도 (보수) 네트워크 강화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나 ‘남북관계 과속’에 대한 우려에서는 우리보다도 더 세게 말하는 분 아니냐”고 반문했다. 바른미래당의 반발은 결국 ‘센터’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이야기다. 그는 인터뷰 내내 “태극기 부대든,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든 누구든 만날 수 있다”며 보수 진영의 결집과 구심점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당은 당장 범보수 통합에 앞서 ‘당내 인적 쇄신’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상태다. 연말로 예정된 당협위원장 교체는 당 주도권 경쟁 및 차기 총선 일정과도 맞물려 비대위 출범 후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내부 경쟁 양상이 다시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비대위 이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면 ‘무엇이 됐든’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인적 쇄신과 갈등 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주도적인 역할과 권한 행사는 계속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 ‘계파정치 완화’의 가능성도 엿봤다고 말했다. 유민봉 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당 차원에서 지원사격하며 국감 후반기 ‘제1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유 의원이 이 문제는 자기 혼자 힘으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김용태 사무총장에게 자료를 공유하며 나서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과거처럼 계파 정치에 매몰됐다면 (친박으로 분류되는) 유 의원이 김 사무총장에게 자료를 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복당했다. 그는 “이번 국감은 당내의 계파정치 완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리=임지훈·송주희기자 jhlim@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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