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2월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 희토류 개발과 관련해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했다.
국제사모펀드 ‘SRE미네랄스’가 평안북도 정주에서 희토류 개발을 위해 북한의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는 뉴스였다. 이어 SRE미네랄스는 정주 지역을 탐사한 호주 광물학자 루이스 슈어만 박사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정주가 단일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지역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슈어만 박사는 정주 희토류 기초탐사 보고서에서 산화물(1차 가공물) 기준 정주 희토류 매장량이 2억1,616만톤에 이른다며 약 1조달러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내용을 보면 SRE미네랄스와 북한의 합작회사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위치한 합작사 ‘퍼시픽센추리’가 25년간 정주 지역의 모든 희토류 개발권을 가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활동내용에 대한 후속보도는 없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전 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는 “이 회사의 후속활동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을 제외하고 정주에서 희토류와 관련해 활동하고 있는 외국 회사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매장량 데이터 신뢰성 부족=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DMR) 융합연구단의 고상모 단장은 슈어만 박사의 정주 희토류 매장량 추정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 단장은 ‘북한 희유금속 광상 부존현황 및 남북협력 방안’ 보고서에서 “SRE미네랄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총 매장량은 광석 기준 약 60억톤이며 총 희토류산화물(TREO)은 2억1,600만톤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주 희토류 광상의 매장량 산정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 광상(deposit)이라는 용어 대신 타깃(target)으로 기재돼 있다. 타깃은 ‘자원량이 매장량으로 산정하기에는 충분한 탐사가 이뤄지지 않아 확실하지 않은 지역’으로 정의된다”고 밝혔다. 이어 “매장량 산정보고서의 참고문헌을 보면 북한이 발간한 6개 보고서(2011~2012) 내용만으로 매장량을 집계한 것이지 SRE사가 직접 지질조사를 수행해 산출한 양은 아니다”라며 “보고서 말미에 향후 탐사계획은 2014년 총 2번에 걸쳐 시추탐사를 진행할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그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고 단장은 “정주 희토류 매장량의 경우 정확성이 결여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북한 내 발표내용도 들쑥날쑥=북한 조선신보는 2011년 7월 북한 자원개발성 희토류 담당인 김흥주 부국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확인된 희토류 매장량(산화물 기준)이 약 2,000만톤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후 일반적으로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과 관련해서는 이 수치가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11월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는 북한의 주요 4개 광산에 희토류 산화물(1차 가공물) 기준으로 4,800만톤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 자원개발성 담당 부국장의 발언보다 2배 이상 많은 양이다. 북한 합영투자위는 이 자료에서 중국의 8,900만톤에 이어 자신들의 희토류 매장량 4,800톤이 세계 2위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반면 미국지질조사소(USGS)의 2018년 자료를 보면 세계 1위 매장량 국가는 중국으로 (산화물 기준) 4,400만톤, 이어 브라질 (2,200만톤), 베트남(2,200만톤) 순이다. 북한 희토류 매장량 데이터는 없다. 중국의 매장량을 보면 북한 합영투자위 자료(8,900만톤)가 미국지질조사소 자료(4,400만톤)의 2배가 넘는다.
◇품위도 문제=북한에 희토류가 풍부하다고 해도 경제성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2014년 7월28일 VOA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희토류와 관련해서는, 첫째 2,000만톤이라고 주장하는 매장량이 실제 맞는지, 둘째 있다 해도 품위(원광석의 희토류 함유 정도)가 경제성을 가지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생산원가 개념이 없어 품위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처럼 원가 개념, 경제성 개념으로 볼 때 과연 북한 희토류가 가치를 가지느냐는 정밀 평가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1년 12월 ‘북한 광물자원 개발현황’ 자료에서 정주 희토류 매장량의 품위를 산화물(TREO) 기준 0.5~0.6%라고 밝혔다. 고상모 단장은 “2007년 북한 단천 지구 지하자원조사단 조사 결과 이 지역에 희토류는 있는데 품위가 0.5%(REO 기준) 수준이라고 한다”며 “일반적으로 개발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 수치가 2%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그린란드 남부지역에도 엄청난 희토류 매장지가 있지만 품위가 낮아 개발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경진 전 광물자원공사 남북자원협력실장은 “정주 외에도 광물자원공사에서 희토류 매장지로 알려진 황해도 청담군 덕달리와 강원도 평강군을 직접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품위가 매우 낮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