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 등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지위와 공권력을 남용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민정수석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이용해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국정원 조직을 이용했을 뿐 아니라 정부를 비판하는 인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23년간 검사로 재직한 법률전문가이자 민정수석으로서 불법 행위를 견제해야 하는데도,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하달했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지시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사찰대상은 우 전 수석을 감찰 중이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문화예술계 지원기관들의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운용 상황도 보고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우 전 수석은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저와 가족은 언론 보도와 수사, 각종 악의적 댓글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면서 검찰이 추측과 상상으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에서 세평 자료를 받아보는 것은 청와대나 국정원에서도 당연한 관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서 모든 업무 관행이 범죄로 돌변했다”며 범죄라고 생각했다면 20년 이상 법조인으로 일한 제가 왜 이 일을 했겠냐“고 항변했다.
이어 ”진실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지 검사가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젊음을 바쳐 공무원으로 일한 시간이 후회와 자괴감으로 기억되지 않게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1심 선고공판은 12월 7일 오후에 진행된다.
한편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축소·은폐했다는 혐의 등으로 먼저 기소돼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