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바이오 사관학교' LG화학 출신 잘나가네

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 대표 필두

1세대 바이오벤처 창업 열풍 이어

최근엔 기존 벤처서 스카우트 붐

신약개발부터 임상대행까지 포진

끈끈한 유대감으로 시너지 창출 기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LG화학 생명과학부문(옛 LG생명과학) 출신이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에 잇따라 둥지를 틀면서 ‘K바이오’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 막강한 인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약 개발부터 임상시험 대행까지 국내 바이오 분야 전반에 포진한 만큼 여러 기업들이 모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힐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업계에 진출한 LG화학 출신은 어림잡아 30여명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같은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바이오벤처를 창업해 대표이사나 연구개발소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가장 맏형은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이끄는 조중명 대표다. LG화학에서 16년 동안 중앙연구소장을 지낸 조 대표는 LG화학 근무 시절인 2003년 국산 의약품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항생제 ‘팩티브’를 개발한 주역으로 불린다.


LG화학에 몸담았던 핵심 인력들의 바이오벤처 창업이 본격화된 때는 바이오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2005년을 전후해서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아직까지 신약을 개발 중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각종 글로벌 학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등 K바이오의 차세대 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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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는 창업 대신 기존 바이오벤처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세대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을 준비하는 바이오벤처 폴루스바이오팜은 지난 6월 추연성 전 LG화학 부사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추 부회장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같은 시기에 LG화학 중앙연구소장으로 근무했던 김규돈 대표도 제넥신의 새 사령탑으로 이동했다. 제넥신은 포스텍 교수 출신인 성영철 회장이 창업한 바이오벤처기업이지만 성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연구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항암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5년 내 글로벌 수준의 신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LG화학 출신이 국내 바이오업계 곳곳에 포진하면서 경쟁과 함께 상생의 발판도 마련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LG그룹 특유의 기업문화인 ‘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도 LG화학 출신을 중심으로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때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던 만큼 이들이 의기투합에 나선다면 인수합병이나 신약 공동개발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LG화학 출신의 약진이 이어지자 친정인 LG화학도 이들에 대한 예우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 6월 서울 마곡사이언스파크 입주를 맞아 LG화학 출신 ‘올드보이’(OB)를 초청한 ‘바이오업계 CEO OB’ 행사를 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 출신들의 유대감이 아직까지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는 LG그룹이 다른 대기업과 달리 신약 개발에 전적으로 열린 자세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은 다소 정체기에 있지만 LG화학 출신들이 국내 바이오업계를 이끌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김규돈 제넥신 대표김규돈 제넥신 대표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최호일 펩트론 대표최호일 펩트론 대표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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