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현대차(005380)그룹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31일 S&P는 현대차와 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 등급이 BBB+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5년 A-로 올라간 후 4년 만이다.
S&P는 이날 등급 조정을 발표하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약화된 수익성이 향후 12~24개월 안에 크게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반영한다”며 “환율과 무역분쟁 등 거시 변동성 확대, 품질 관련 비용 발생, 환경규제 강화, 노사갈등 등은 여전히 실적회복에 부정적인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S&P는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내 판매실적이 경쟁 심화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델 라인업,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 침체로 향후 24개월간 정체된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진단했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4·4분기 이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대형차 등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수익성 향상에 긍정적”이라면서 “S&P 측도 현금흐름 등 재무구조는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실적개선을 통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S&P는 현대차가 유럽을 제외한 주요 해외시장에서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봤다.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와 취약한 모델 라인업 때문에 앞으로 24개월 동안 판매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역시 올해 연간 판매실적이 전년보다 32% 줄었던 2017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수익성 약화에도 현대차(기아차 포함, 금융자회사 제외)가 10조원이 넘는 순현금 포지션을 바탕으로 견조한 신용지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모비스에 대해 S&P는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부진이 모듈사업부의 실적약화로 이어져 영업실적이 향후 1∼2년 둔화할 전망이라는 견해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S&P는 이와 함께 현대글로비스(086280)에 대해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하고 신용등급 ‘BBB+’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밖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등급 조정을 반영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A-’에서 ‘BBB+’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도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각각 ‘AAA’와 ‘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한기평은 “대규모 일회성 비용 발생이 3·4분기 수익성 급감의 원인이지만 이를 제외해도 근원적인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국내에 이어 S&P가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무디스 역시 신용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 등 대규모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3·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쳤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1,1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7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으나 지난해에는 통상임금을 반영하느라 이례적으로 적자를 냈기 때문에 올해 흑자 규모 역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임세원·박성호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