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Culture&Law] <18> 특별재판부

1948년 '반민특위' 처음이자 마지막

재판거래 의혹에 70년 만에 재조명

헌법 근거없고 해외사례도 극소수

영화 ‘암살’에서 친일 행위를 한 염석진(이정재 분)이 반민특위 법정에 출석해 재판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 ‘암살’에서 친일 행위를 한 염석진(이정재 분)이 반민특위 법정에 출석해 재판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일제 치하에 악질적으로 민족에 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합니다.”

지난 1949년 9월27일 서울의 한 법정. 검은 법복 차림의 젊은 검사가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위반했다며 62세의 경찰 고위간부 염석진(이정재 분)의 공소사실을 밝힌다. 염석진은 “나는 독립운동 외에 한 일이 없다”며 갑자기 웃옷을 벗는다. 그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상처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내 몸에는 일본 놈들의 총알이 6개 박혀 있고 내가 팔았다는 독립군 동지 3명은 모두 내가 직접 뽑았다”고 주장한다. 밀정 활동을 증언할 증인까지 암살되자 염석진은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된다.


영화 ‘암살’의 한 장면으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법정을 생생하게 재연한 것이다. 반민특위는 친일파 처단을 위해 1948년 10월 설치돼 이듬해 1월부터 활동한 특수기구다. 반민특위에는 특별검찰부를 비롯해 우리 역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특별재판부도 설치됐다. 특별재판부장은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맡았다. 반민특위는 의욕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친일 경력 경찰들의 방해 속에 1년이 채 안 돼 해산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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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역사로만 남아있던 반민특위는 최근 법조계와 시민단체, 여야 국회의원들의 잇단 언급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혐의를 판단하기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혹 당사자 대다수가 전·현직 법관들인 만큼 재판부 구성을 사법부에 온전히 맡길 수 없다는 불신에서 나온 발상이다.

하지만 70년 전과 달리 현재의 특별재판부 추진은 벌써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의 경우 제헌헌법 제101조에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었다. 반면 현재 헌법에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현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법원 밖 인사들의 재판부 구성 개입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특별재판부는 특별검사 제도의 롤모델인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사례가 거의 없는 제도다. 캄보디아 등 극소수 국가만 과거사·전범 단죄를 위해 이를 운용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특수한 상황을 맞아 헌법적 예외가 어디까지 인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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