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수렁에 빠진 방위산업, 해결책은 ?

비리·적폐 프레임에 갇힌 방산

작년 수출 전년 대비 35%급감

선진국 수준 방산 리더십 구축

정부 차원 경쟁력 강화 급선무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최근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위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체 생산의 71%를 차지하는 14개 체계종합업체 중 12개 업체(86%)의 매출이 감소했다. 총 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 하락했다. 수출도 10대 방산업체 기준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8년 상반기 10대 방산업체 매출은 4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8조원 규모의 T-50 미국 시장 진출도 실패로 끝나 올해 방위산업 실적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주변국 방위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미국은 내년도 역대 최대규모인 7,170억달러 국방예산이 의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방산수출액은 무려 759억달러를 상회해 역대 최고치(686억달러)를 경신했다. 러시아는 국가무장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2,800억달러를 투자해 무기 현대화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출도 지난해 153억달러로 10년 전 대비 2배나 성장했다. 영국과 이스라엘도 지난해 각각 116억달러, 92억달러를 수출해 전년 대비 40%, 53%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와 크게 대비되는 수치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리온 헬기 전방위 감사에 따른 공무원과 방산업체의 위축, 국내 주요 무기개발사업 지연과 높은 지체상금 부담, 수출 절충교역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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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놓인 방위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더 이상 방산비리·방산적폐 프레임워크에 방위산업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첨단 무기개발 간 개발 결함과 실패, 고장은 필연적이다. 처음부터 100% 성공은 있을 수 없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이 불철주야 흘린 땀과 눈물을 더 이상 비리·적폐로 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잘못된 관행과 위법 사안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모두 방산비리·적폐로 매도한다면 더 이상 방위산업의 성장은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방산업계 종사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줘야 방산기업도 살고 방위산업도 살고 국가안보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방산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방위산업의 특성상 수요자인 정부(Government)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반면 방위산업의 정부 경쟁력은 수년째 선진국의 80%에 그치고 있다.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 등을 적극 벤치마킹, 대통령 중심의 강력한 방위산업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형 방산수출은 물론 첨단무기 공동개발,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무기체계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현행 방위사업추진위원회도 ‘범정부 방산협의체’ 형태로 확대 개편하고 이를 연계하는 방산비서관 신설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방산수출 간 업체 단독으로 구매국이 요구하는 절충교역을 충족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방산 컨트롤타워 구축을 통한 대응구매(countertrade), 절충교역 가치상계(swap), 수출금융(financing) 등 보다 적극적인 수출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셋째, 방위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식별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시급하다. 산업연구원 통계조사(2017)에 따르면 방산 영업이익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지체상금 부담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4개 방산 대기업의 지체상금 규모만 무려 4,300억원을 상회한다. 특히 국내개발사업과 해외구매 사업 간 지체상금의 차별을 조속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최대 10% 상한선을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필요시 이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년간 방위산업은 주력 제조업과는 달리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방사청-KIET 국제세미나에서 SIPRI 방위산업실장 오드 플로랑 박사는 ‘한국은 더 이상 방산신흥국(emerging producer)이 아닌 세계 10대 방산국가 중 하나(one of 10 biggest defense countries)’라고 강조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기 전에 위기에 놓인 국내 방위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배가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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