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제조업, 가전 성공서 배워라] 퀄리티 높이고 경계 허물고…스스로 시장 창출한 가전

< 하 > 영역 확장 나서는 가전

인구성장 둔화로 가전시장 정체에

성장세 큰 빌트인 진출 승부수

삼성, 가구업체 인수 등 협력 강화

'LG 오브제' 오늘부터 판매 돌입

IoT 등과 결합 패러다임 변화 시도

아이디어 공모 등 새먹거리 발굴도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북미·유럽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빌트인 가전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가전에서도 이니셔티브를 쥐고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이다. 뛰어난 제품 퀄리티를 바탕으로 제품 간 융합 등 시너지 창출에도 적극 나서면서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임원은 “개별 가전에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적이고 총체적인 역량을 평가받는 빌트인 시장에 명함을 내민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며 “성장이 정체된 시장으로 평가받는 가전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 빌트인 가전 부스를 마련하고 쿠킹쇼를 진행했다. 이 부스는 독일 명품 가구업체인 놀테(Nolte)와의 협업으로 조성됐다.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 빌트인 가전 부스를 마련하고 쿠킹쇼를 진행했다. 이 부스는 독일 명품 가구업체인 놀테(Nolte)와의 협업으로 조성됐다. /사진제공=삼성전자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가구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전국 주요 가전매장에 전시하고 주문 판매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가장 대표적인 사용 환경인 침실에서 LG 오브제 가습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는 모습. /사진제공=LG전자LG전자는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가구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전국 주요 가전매장에 전시하고 주문 판매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가장 대표적인 사용 환경인 침실에서 LG 오브제 가습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는 모습. /사진제공=LG전자


◇정체된 가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다=가전 시장은 대개 인구와 함께 성장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구 증가가 둔화된 상황에서 가전 시장의 성장 역시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나마 인구가 성장하던 중남미 등 신흥국은 최근 경제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전 시장의 성장이 오랫동안 둔화된데다가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후발업체들의 추격 또한 매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하나하나의 퀄리티를 높여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3·4분기 삼성전자 CE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00억원 늘었고 LG전자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5.1% 증가했다. 신흥국의 경기침체에도 QLED·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실적을 이끌었다.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을 공략한 점이 빛을 발한 것이다.


◇가전과 가구 사이, ‘빌트인 가전’=삼성과 LG는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빌트인 가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침체된 가전 시장에서 빌트인 시장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유일하게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빌트인 가전은 북미·유럽에서만 28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아시아 시장 역시 2009년 9조원에서 6년 만에 13조원 규모로 커졌다. 삼성은 이미 2016년 미국의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했고 LG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해 예열을 마쳤고, 이제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보쉬·지멘스·일렉트로룩스 등 100년 가까이 업력을 쌓은 전통의 빌트인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삼성·LG는 개별 가전에서 쌓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부족한 현지 인지도와 유통망은 해외 명품 가구업체들과의 협력으로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부 성능에서는 국내 기업이나 북미·유럽 기업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해외 가구업체들의 쇼룸 등을 확보해 추격 시간을 단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LG는 특히 ‘가전의 가구화’를 목표로 한 새 브랜드 ‘LG 오브제’도 론칭했다. 7일부터는 주문 판매도 시작했다. 가전에 천연소재인 원목을 적용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조반노니를 디자인에 참여시키는 등 실내 인테리어와 어우러지는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전자파와 소음을 최소화한 냉장고·가습 공기청정기는 서랍장처럼 침실에 둘 수 있도록 했다.

0815A13 글로벌 빌트인


0815A13 빌트인 가전시장


◇AI·IoT로 가전과 모든 기기를 연결하다=가전이 AI·사물인터넷(IoT)·5G 등의 기술과 결합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 역시 우리 업체에는 호재다. 최근 가전은 TV, 모바일, AI 스피커 등과 연결되는 추세다. 업계의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해외의 전통 가전 업체들에 비해 IT 역량이 뛰어나 B2B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2020년까지 모든 가전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차세대 냉장고 ‘패밀리허브’의 기능들은 그 구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패밀리허브의 ‘스마트 레시피’ 기능은 사용자의 취향과 식재료 유통기한 등을 고려해 레시피를 추천해준다. 필요한 식자재가 있으면 삼성페이와 연동된 패밀리허브를 통해 바로 구매할 수 있다. LG는 주요 생활가전에 AI를 적용해 ‘소비자 맞춤형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 가전이 AI를 통해 스스로 사용자를 이해하고 학습하게 된 것이다. 에어컨의 경우 사용자가 선호하는 온도나 풍량·풍향은 물론 햇볕이 잘 드는지 등 실내 환경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작동한다. 세탁기 역시 사용자가 자주 쓰는 탈수·헹굼 옵션 등을 기억했다가 추천해준다. LG의 스마트 가전은 최근 글로벌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돌파하며 새 먹거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