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옛 기자촌(진관동) 일대를 부지로 확정한 국립한국문학관(이하 한국문학관)이 오는 2022년 말 개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광수·채만식·박태원 등 우리 문학사를 빛낸 작가들의 작품 등 총 3만3,100여점의 자료가 들어서는 한국문학관을 우리 문학의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문학 진흥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8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은평구 옛 기자촌의 근린공원 일대에 건립되는 한국문학관은 우리 문학 유산과 원본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면서 전시·교육·체험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된다. 문체부는 연 면적 1만4,000㎡ 규모의 한국문학관 건립을 위해 총 608억원을 투입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한국문학관의 건립 기본계획과 설계를 마무리한 뒤 공사에 돌입해 2022년 말에 공식 개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1차로 확보한 3만3,100여점의 자료는 모두 국내 대표적인 문학 유산 소장가이자 국문학자였던 고(故) 하동호 교수의 유족으로부터 기증을 받은 것이다. 이 가운데 채만식의 ‘탁류’ 초판본과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초판본 등은 국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자료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체부는 한국문학관 개관 전까지 원로 문인과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 자료 기증 운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월 발족한 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는 문인들의 중지를 모아 서울 용산가족공원 내 문체부 부지를 최적의 방안으로 추진해 왔으나 건축 허가권을 틀어쥔 서울시가 “온전한 생태공원 조성 계획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논의가 결렬됐다. 이후 위원회는 은평구 기자촌과 문화역 서울 284(옛 서울역사),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등을 후보로 놓고 부지 실사와 끝장 토론을 벌인 끝에 기자촌 일대로 최종확정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설립추진위원회 위원들은 서울의 중심인 용산 부지에 한국문학관을 짓는 방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염무웅 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장은 “시간이 더 지체되더라도 더 좋은 자리에 문학관을 세우는 게 옳다는 마음도 있었고 예산 등 일정상의 압박 때문에 다소 쫓기듯이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면서도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문학관 건립 사업이 10년, 20년 이상 표류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문학관 부지 선정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시영 설립추진위 부위원장도 “부처 이견에 성에 차지 않는 결정을 내리게 됐지만 이왕 문학관을 세우기로 한 이상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문학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