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영어 대리시험을 알선하고 시험을 대신 봐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2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한 30명을 입건하고 태국 현지에서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위조한 브로커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토익, 텝스, 오픽 시험에 합성사진으로 신분증을 재발급 받거나 해외에서 구입한 위조신분증을 가지고 대리응시 한 혐의다. 대리시험을 본 브로커들은 미국 위싱턴이나 캐나다에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한 사람들로 한 건당 많게는 50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이렇게 받은 돈을 대부분 도박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썼다.
의뢰자들은 주로 회사원과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으로 취업, 승진 등을 목적으로 의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대리시험으로 얻은 점수를 제출하거나 취업에 사용해 대기업 증권회사에 취직한 사람도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브로커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토익·탭스 등 어학시험 대필, 합격보장, 비밀보장, 필요한 점수를 맞춰 드립니다.’란 광고성 댓글을 이용해 의뢰자를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험 감독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얼굴 합성 어플을 이용해 의뢰인들의 얼굴 사진과 자신의 얼굴 사진을 교묘히 합성한 뒤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아 토익 등 부정시험에 대리 응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의뢰자와 하나의 메일을 통해 연락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증을 발급하는 해당 부처에 신분증 발급단계에서 현장 촬영한 사진으로 신분증을 발급하거나 과거 일부기관에서 시행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개발 AIIS(에이스)시스템 등 얼굴식별프로그램을 전면 도입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며 “국제우편으로 배송되는 위조신분증에 대한 세관 검색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