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사우디 왕실, 왕족·죄수 석방에 이어 빚 탕감까지…“이미지 세탁 안간힘”

민심행보로 ‘카슈끄지 위기’ 돌파시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카슈끄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후한 인심을 베풀면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배후라는 의혹을 받으면서 왕실의 권위와 정치적 입지가 안팎으로 위기에 몰리자 민심부터 달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7일(현지시간) 사우디 북서부 하일시(市)를 방문해 100만 리얄(약 3억원) 이하의 빚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를 모두 석방하라고 지시했다. 이 빚은 사우디 정부가 대신 변제하기로 했다.


살만 국왕은 카슈끄지 살해의 지시자라는 의혹을 강하게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대동하고 2015년 1월 국왕 즉위 이후 처음으로 6일부터 한 주간 지방 순시 중이다. 살만 국왕은 6일 중북부 카심주(州)를 찾아 이 지역에 160억 리얄(약 4조7,000억원)의 인프라, 의료, 교육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심주에서도 100만 리얄 이하의 빚으로 수감된 죄수를 석방하고 빚을 정부가 변제하라고 지시했다. 걸프 지역에서 수감자 석방이나 정부의 빚 탕감은 통상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에 맞춰 군주의 자비심을 드러내기 위해 이뤄진다.

앞서 지난 4일에는 반부패 수사 대상자로 몰려 구금됐던 사우디 최대 부호인 안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형제 칼레드 빈 탈랄 왕자를 11개월 만에 석방했다. 칼레드 왕자가 석방되기 불과 며칠 전에는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전 등 왕실의 정책을 비판하며 영국 런던에서 자진해 망명 생활을 하던 살만 국왕의 형제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도 돌연 귀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왕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무함마드 왕세자가 반부패 수사 과정에서 구금했던 왕족과 부호들을 앞으로 수일 내 추가로 석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FT는 2001년 9·11 테러 이래 사우디 왕실이 직면한 최악의 외교적 위기로 꼽히는 카슈끄지 사태로 실추된 왕실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당분간 구금된 왕족과 주요 인사들의 석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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