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cience&Market] 왜 카풀이 혁신이냐고?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위원

혁신은 사용자와 시장이 판단

카풀허용 논란만 집중하기보다는

모빌리티 산업까지 함께 고민해야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위원.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4년부터 우버·디디추싱·그랩·올라·99 등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들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승차공유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위한 목적이다. 도요타와는 주문형 차량서비스 업체인 모넷테크놀로지를 공동설립했고 GM 자율주행차 담당 조직인 GM크루즈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자율주행차 기술 확보에도 공격적이다. 물론 도요타·GM·포드·다임러·BMW·구글·바이두 등 대표적 완성차와 테크 자이언트 기업들도 대규모 연구개발과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구축한 모빌리티 협력 네트워크 단위로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승차공유 시장에서도 경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승차공유차량 이동 네트워크, 탑승자 이용 특성과 이동 패턴 데이터 등을 수집·분석해 현재 운영되는 차량들을 향후 자율주행차로 대체하고 최적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소유를 위한 차량 구매 감소에 대응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공유차량 판매물량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 이들이 오는 2020년 전후로 상용화를 준비 중이거나 미래를 위해 제안하고 있는 콘셉트 자율주행차 대부분은 승차공유 용도로 넉넉한 공간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완성차 업체들도 스스로를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라고 부르며 새롭게 성장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에 자신들의 미래를 걸고 있다. 현재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자동차 업계의 중요한 대변환기다.


아쉬운 것은 글로벌 자율주행차와 승차공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그저 카풀 허용 논란만이 오랜 시간 뜨겁게 진행될 뿐이다. 그 사이 카풀은 혁파되지 않는 규제와 허용되지 않는 신산업의 대명사가 됐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자가용 유상운송이 금지돼 승차공유는 불법이지만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조항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모빌리티 기업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찾은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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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규제와 논란을 담당하는 부처·위원회·국회 등에서는 ‘왜 카풀이 혁신이냐’고 질문하고는 한다. 이에 필자는 “일반적으로 혁신은 세상에 처음 출현한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가 기술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시장이 판단해 하이테크뿐 아니라 로테크와 서비스도 혁신이 될 수 있다”고 답한다. 카풀정류소를 운영했던 과거 카풀 시스템은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카풀과 명칭이 같지만 이제는 머지않은 미래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산업으로까지 시야를 넓혀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카풀을 논의했던 4차산업혁명위원회·국토교통부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택시·카풀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3개 조직 모두 카풀 논란의 핵심 키워드는 상생이다. 하지만 어느 조직에서도 택시 업계를 움직일 수 있는 상생 방안과 카풀 업계와의 중재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도 문제다. 10월 개최된 경제부총리 주재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논의현장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TF 1차 회의에는 택시 업계뿐 아니라 카풀과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비전을 설명해야 할 카풀 업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당연히 실효성 있는 정책 논의는 쉽지 않았다. 언제쯤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최근 우리 자동차 산업이 어려운 원인 가운데 하나는 모빌리티 산업으로 변환하는 흐름에 뒤처졌다는 점이다. 많은 모빌리티 기업이 자신의 국가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해 검증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카풀의 덫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판도가 완성되고 있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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