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南기업 공장, 北 가면 전력난 겪을 것"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 연구소장

北 발전량, 우리나라 5%도 안돼

경협해도 전력수급 걸림돌 작용

국가체계 발목 가능성도 고려해야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장 /이호재기자



“남북 경협과 관련된 산업 계획은 쏟아지는데 산업 인프라의 핵심이자 기본인 전력(電力)에 대한 얘기는 전무합니다. 경협 계획 단계에서부터 전력 문제와 제도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올해 예산 정국의 주요 쟁점은 남북 경협이다.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예정으로 올해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내년도 예산안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에 정우진(사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경협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놓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 설비 관점에서 평가하면 북한은 전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전력의 주파수와 전압 상태도 엉망이라 우리나라에 비해 전력 품질이 매우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산업 기반인 전력에서 북한과 우리나라는 품질뿐 아니라 규모와 설비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전에 남북이 일정 수준 맞춰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정 소장은 “현 상황에서는 우리나라 공장이 북한에 들어서도 극심한 전력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실제 개성공단에 입주한 125개 업체가 연간 사용한 전력량은 10만㎾h로 극히 적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발전량은 우리나라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남한의 연간 발전량은 5만4,040GWh로 2,390GWh인 북한의 23배 수준이었다. 대부분 건설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북한 발전설비의 노후화와 불량 등도 전력 공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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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은 남북 경협 준비 단계에서부터 산업 계획과 함께 전력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계획을 먼저 세우고 전력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업 계획 시행 몇 년 차에는 얼마만큼의 전력이 필요한지 단계적으로 예측해야 사업 진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전력은 규모의 경제, 안정적 공급, 지리적 환경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규 발전소 설립에 최소 수천억 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는 기존 발전소를 개·보수하는 것이 가장 수월한 데 이 또한 우리나라와 북한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으므로 미리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국책 에너지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실장과 국가 에너지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가 경협 준비 단계에서 고려사항으로 지적한 또 하나는 북한의 제도적 문제다. 정 소장은 “북한 기업은 이윤추구 집단이 아니라 하나의 행정조직이기 때문에 잘 진행되던 사업도 국가의 지시에 한순간에 어그러지는 것이 부지기수”라며 “글로벌 파트너 중 같이 일하기 어렵다는 중국 기업가들조차 북한과 일을 할 때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돈보다는 국가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핵 포기와 함께 남북 공조 기조를 유지하며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을 보면 경협이 본격적으로 시작할 즈음에 북한은 분명 지금의 북한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며 “북한의 산업협력 개방이 이뤄졌을 때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남북 경협을 미리 준비하되 산업 기반에 대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이호재 기자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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