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출금리 산정 불만 들끓자...당국 "매주 공시"] 당국 "시장금리와 체감 달라 불가피"...은행은 반발

주1회 공시로 주기 짧게 바꾸면

모집단 ¼로 줄어 통계왜곡 가능성 ↑

금리인하요구권 수용현황 공시로

네고도 불가능해져 불만 커질듯




금융당국이 월 1회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던 대출금리 주기를 주 1회로 짧게 바꾸려는 것은 금리산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권은 실효성도 없고 오히려 그동안 은행의 금리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비치는 위험성이 있다고 반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 대출고객의 금리산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불거지자 한 달 단위로 공시하던 공시기간을 ‘주 1회’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은행이 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투명성을 높여 고객 불만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출금리를 주 1회로 바꾸면 당장 대출산정을 위한 표본(모)집단이 4분의1로 줄게 돼 통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현재는 전달 신규 대출금리를 적용하는데 특정 대출상품을 많이 취급하면 금리가 확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신용등급이 아주 높거나 낮은 그룹의 경우 모수가 적어 몇몇 건이 평균으로 대표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고객의 직업·신용등급·거래건수 등에 따라 A은행에서는 3등급인데 B은행에서는 4등급일 수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고 참고지표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금리공시 시스템은 금융 선진국에서도 실행된 사례가 없다. 더구나 국내 대출시장에 한두 개 은행이 독점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시장의 오해가 있다면 당국이 각종 현장검사 등으로 부당하게 금리를 산정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데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를 추가하는 결과만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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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이와 함께 은행들이 고객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현황을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이 또한 불필요한 혼란과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금융권은 반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은 대출을 받을 때 ‘금리 네고(협상)’로 가장 유리한 금리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건물을 신축하려 할 때 땅만 있으면 금리가 더 높기 때문에 통상 건물이 지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해 금리를 깎는다. 대출금리가 연 4% 나오는 것을 은행이 재량으로 3%에 해준다는 얘기다. 이처럼 은행이 대출 실행 시점부터 선제적으로 금리혜택을 제공했지만 차주가 건물이 완공될 무렵 금리인하요구권을 주장할 경우 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해야 하고 구체적인 내용도 공시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대출 신청 시 네고를 통해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획일적으로 공시할 경우 왜 나는 해주지 않느냐는 식으로 일반 고객들이 오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개인별 은행거래 기여도 등의 사유로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차이가 날 수 있고 차이를 보이는 것이 맞는데 획일적인 금리가 공시되면 고객 혼란만 커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은행이 금리를 잘못 부과했을 때 과태료 및 임직원 제재 등의 책임부과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무더기로 발의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국회 등을 설득해 입법 속도를 지원할 방침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법안이 은행에서 부당하게 이자를 받고 있다는 오해를 증폭시켜 반금융 정서를 부추기는데 당국이 이를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은행 규제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은 문제라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요즘 대출자들은 은행별 금리를 다 알아보고 찾아오기 때문에 당연히 최저금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으며 10억~20억원의 수익을 남기려고 은행원들이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며 “현실을 모를뿐더러 은행에 대한 외부의 시각이 너무 왜곡됐다”고 토로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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