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동욱의 연기가 또 한 번 넓어졌다.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손 the guest’라는 도전 안에서 김동욱은 그가 아닌 윤화평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연기로 다시 한번 배우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지난 1일 종영한 OCN 수목드라마 ‘손 the guest’는 한국 최초의 엑소시즘 드라마로 주목받았다. 영화에서나 가능할법한 장르를 드라마로 옮긴 김홍선 감독의 과감한 도전은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인공 윤화평 역으로 극을 이끌어 온 김동욱에게도 여러모로 유의미한 결과였다.
“드라마에서 이렇게 톤이 어둡고 센 작품을 보여드린 건 처음이었다. 늦은 시간대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이걸 찾아보고 싶어 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시청자라면 궁금하긴 할 것 같았다. 결국은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고집있게 만들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처음에 기획했던 대로 뚝심있게 끌고 갔던 게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것 같다.”
악령을 알아보는 영매 윤화평은 어릴 적 큰 귀신 박일도로 인해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고 20년 동안 박일도를 쫓는 인물이다. 작품 자체의 분위기도 어두웠지만 그 중에서도 윤화평은 극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극한의 감정을 느꼈다. 이는 5개월 동안 윤화평으로 살아온 김동욱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역할이 어두웠다 보니 심리적인 부분에서 예민해진 건 있었다. 촬영하면서도 우울감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 방법이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장난치고 웃는 게 될 때도 있고, 집에서 코미디나 히어로물 같이 밝은 영화들을 보며 힐링하기도 했다.”
영매라는 생소한 설정부터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김동욱의 연기는 이질감 없이 작품에 스며들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윤화평이 스스로 박일도를 받아들이고 최윤(김재육), 강길영(정은채)과 대치하는 장면은 김동욱이 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지를 실감케 했다.
“할아버지가 박일도임을 알게 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장면에서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다른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박일도일 때와 화평이일 때의 모습을 각각 어떻게 그려야 이질감이 없을까 고민했다. 다른 부마자들은 박일도에게 휘둘려서 이성을 잃고 악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화평이 안에 들어간 박일도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화평이로 돌아왔을 때도 굉장히 극단적인 감정이었다. 그런 상반된 모습을 통해 박일도를 인간의 의지로 제압하는 희망적인 장면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의 치열한 고민은 선명한 결과로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윤화평과 박일도를 오가는 리얼한 연기에 감탄했고 ‘손 the guest’는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4%를 돌파하며 최고 기록으로 종영했다.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엔딩을 좋게 장식하는 게 그동안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다. 그래서 부담도 됐고 현장에서 모니터를 전혀 못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도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좋은 그림을 그려주셨다. 방송으로 보는데 안도감이 들었다.”
반면 죽은 줄 알았던 윤화평이 최윤, 강길영과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파격적인 비주얼로 뜻밖의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오히려 김동욱은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엔딩의 비주얼도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도 마지막 신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대본을 보고 알았기 때문에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촬영이 일찍 끝난 날 헤어스타일 콘셉트도 미리 만들어보고 감독님께 사진을 보냈다.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게 나왔다. 소위 말하는 인터넷 ‘짤’로 돌아다닐 만큼의 비주얼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머리를 너무 잘 만들어놨더라. (웃음)”
김재욱과는 2007년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11년 만에 재회했다. 과거 악연으로 얽혔지만 서툴게 서로에 대한 진심을 표현하며 가까워진 윤화평과 최윤의 브로맨스 케미는 시청자들이 ‘손 the guest’를 사랑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
“뭐든 좋게 봐주시면 좋다. 그런데 자꾸 남자들하고만 엮여서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웃음) 로맨스가 돼야 하는데 자꾸 브로맨스로만 엮인다. (김)재욱이와는 현실에서도 서로 친분이 있고 통하는 게 있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작품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 같다. 보시는 분들도 이전 작품에서의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재욱이와의 모습을 좀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
‘손 the guest’는 주인공들이 재회하며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이에 종영의 아쉬움도 잠시 벌써부터 시즌2 제작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내가 했던 작품이 시즌제 논의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실제로 진행이 된다면 고민을 해봐야겠다. 무작정 만들어지니까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누구와 어떻게 잘 만드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감독님께서 시즌제 욕심이 난다고 말하셨다니 기분은 좋다. 감독님이 하신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천만 돌파부터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손 the guest’까지. 김동욱의 2018년은 그 어느 때 보다 알찼다. 배우 인생의 또 다른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 그가 그리는 미래는 도전과 극복이었다.
“올해는 참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예전보다는 좀 더 책임감 있게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전 작품의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다. 배우로서 필모를 쌓아가면서 책임감과 신중함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선택하면서 편식하거나 겁을 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이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비춰질까, 대중이 이전의 내 모습을 찾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작품 안에서 만족감을 드리는 배우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