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옛 LG생명과학)이 차세대 신약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면역항암제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대기업 계열 제약사가 면역항암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LG화학이 처음이지만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진출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은 12일 미국 바이오기업 큐바이오파마와 면역항암제 3종을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은 최대 4억달러를 큐바이오파마에 지급하고 면역항암제 상용화에 성공하면 아시아 판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한다. 또 면역항암제 시판 이후 큐바이오파마의 신약 후보물질을 추가로 도입할 수 있는 권한도 추가로 체결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인 큐바이오파마는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주력이다. 면역세포의 하나인 T세포를 체내에서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에서 한층 나아간 기술이어서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기업 산하 바이오·제약기업 중 면역항암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LG화학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CJ헬스케어는 만성질환 치료제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합성의약품)과 SK바이오사이언스(바이오의약품)으로 신약 개발 전략을 재편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을 앞세워 유전자 기반 치료제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기업 계열 제약사 중 맏형인 LG화학이 면역항암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을 놓고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면역항암제가 시장이 차세대 항암제 시장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면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부작용이 심하고 2세대 표적항암제는 내성 문제가 단점으로 꼽히지만 3세대 면역항암제는 효능과 안전성에서 가장 앞선 암 치료제로 꼽힌다.
LG화학의 신약 개발 역사가 40년에 달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도 기대감을 한껏 키우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02년 국산 신약 5호인 항생제 ‘팩티브’를 개발해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유셉트’를 개발해 일본 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지난 1979년 럭키중앙연구소 시절부터 신약 개발에 주력해온 역량이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제약사가 면역항암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은 지난 2011년 BMS가 ‘여보이’로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이래 ‘옵디보’(BMS·오노공업), ‘키트루다’(MSD)의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슈가 방광암 치료용 면역항암제 ‘티센트릭’ 개발에 성공했고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출시 후에도 다양한 암으로 치료질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옵디보는 출시 당시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치료제로 출시됐지만 비소세포페암, 림프종, 직결장암, 간세포암 등 8종의 치료질환을 확보했다. 키트루다도 7종의 치료질환에서 FDA 허가를 받았고 유방암과 대장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신약 개발 경쟁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핵심 인력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바이오 사관학교’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령화로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얼마나 조기에 임상시험을 완료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