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Deal Maker] M&A 성패 좌우하는 기업실사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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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화학회사인 C사는 한국 시장에서 사업 확대를 목표로 국내 대기업 화학 부문의 일부 자산을 양수하기 위한 기업실사(Due Diligence)를 진행했다. 인수합병(M&A)를 진행할 때는 대상 회사의 인수를 잠정 결정하고 실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업실사는 본 계약서의 계약조건을 결정하거나 인수대금을 조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기업 실사로 인해 거래 자체가 불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기업 실사에서 법률 실사보다는 회계 실사가 조금 더 중시되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 C사 역시 가격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 법률 실사와 회계 실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실사 결과 발견되는 이슈들을 계약서에 반영하거나 가격 조정의 수단으로 사용할 생각을 했지 거래 자체가 불발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C사는 이번 M&A를 통해 양도인이 소유한 토지 일부는 임차하고 지상 공장건물과 설비는 매수하는 동시에 양도인 소유의 다른 유휴 토지를 추가 임차해 공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C사는 법률 실사 결과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C사가 공단에 입주하고 있어 양도인이 소유한 토지와 공장의 임대와 매각이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하 ‘산집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산집법에 따르면 공단에 입주한 업체의 재산을 임대하는 경우 토지만을 임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토지와 건물을 함께 임차해야 한다. 토지만 임대할 경우에는 공장의 원활한 설립을 지원한다는 산집법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C사는 원래의 거래구조를 변경해 토지와 지상 공장건물을 일괄 매수하는 대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C사의 비용으로 양도인이 공장을 신축하고 C사가 토지와 지상 공장건물을 일괄 임차하는 대안, C사가 해당 토지를 매수한 후 직접 지상에 공장건물을 신축하는 대안이 논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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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안들은 모두 C사의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거래비용의 증가를 의미했다. 결국 C사는 장시간의 논의 끝에 M&A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만일 C사가 법률 실사를 거치지 않고 M&A를 진행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적으로 C사는 한국에서 사업 확대라는 M&A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쓸모 없는 자산을 인수하게 됐을 것이다. 이처럼 기업실사는 M&A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절차다. 양도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 실사를 대비하는 양도인은 영업비밀 보호와 가격 담합이라는 공정거래법 위반 등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범위 내에서 어떤 자료를 공개할 것인지와 관련해 사전에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C사의 M&A 실패는 기업 실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었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기업 실사는 거래 상대방이 대상 회사의 인수에 관계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경영상태, 자산상태, 재무·영업적 활동 등 기업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조사·검토하는 활동이다. 기업 실사는 통상 양해각서가 체결되거나 비밀유지계약서가 체결된 이후부터 시작해 본계약 체결 전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본계약 체결 후 확인 실사를 진행한다. 기업 인수는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고차를 살 때는 마음에 드는 차종을 선택하고 차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후 운전해 보고 보닛(Bonnet)도 열어보고, 부품에 문제가 없는지, 외관이나 내부에 흠집은 없는지 살펴본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매도인의 소유가 맞는지, 적법하게 등록된 차량이 맞는지, 자동차 관련 각종 세금은 납부 했는지 등도 확인한다. 이러한 행위가 실사다. 기업을 인수할 때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살펴봐야 한다.

M&A는 몇 십억원에서 몇 조원에 이를 만큼 규모와 형태가 다양하다. 거래 규모가 클 경우에는 이해당사자도 많고 그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한 기업실사를 거친다. 그러나 몇백억원, 몇십억원 규모의 거래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을 뿐이지 절대적인 비용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소규모 거래에서도 기업 실사를 통한 리스크 분석과 거래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반드시 사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가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더 큰 손해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 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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