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A씨는 B 대학교 18학번 새내기가 됐지만 한 달여 만에 학교로부터 ‘합격 및 입학허가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가 지원한 전형의 지원자격을 충족하지 못해 결격 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읍 지역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살아온 A씨는 B 대학교의 수시전형 중 농어촌학생 전형에 지원, 지난해 12월 최종으로 합격했다. 이후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LH 청년 전세 임대’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올해 1월 31일 B 대학교 인근에 있는 원룸을 계약하고 올해 2월 9일 잔금을 치루며 전입신고까지 했다. 계약 후 잔금을 내기 전 임대주택으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만 청년 전세임대 사업에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일 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3월 대학에 입학해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B 대학교는 A씨가 졸업 4일 전에 농어촌지역이 아닌 곳으로 전입신고를 한 사실을 파악하고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열어 합격 취소를 결정했다. B 대학교 측은 A씨가 모집 요강 중 ‘중학교 입학 시부터 고교 졸업 시까지 농어촌지역에 거주해야 한다’는 전형 ‘지원자격’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자 등으로 판명될 경우 즉시 입학을 취소하는 규정에 따라 A씨는 합격 및 입학 취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A씨는 “지원자격이 모호해 입학·합격 취소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올해 5월 학교를 상대로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김순한 부장판사)는 “처분 사유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저하게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여 이뤄진 것”이라며 학교 처분이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집 요강에서 정한 해당 전형의 지원자격 중 ‘재학 기간’이 학교 측 주장과 달리 고등학교 졸업예정자의 경우에는 ‘지원행위 당시’까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A씨에게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시험에 합격 후 입학일 전에 지원자격 요건이 모자란 사정이 발생한 경우, 이런 사정이 합격 처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아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므로 입학시험의 공정성 자체를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입학 자격, 선발 방법 등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고, 입학제도의 공정한 운영의 이익 등 공익상 필요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면서도 “이 사건 처분으로 A씨가 교육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가 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적 가치보다 훨씬 크다”고 언급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