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족쇄부터 풀어라] 加·濠 상속세 '0%', 獨·佛은 감면..."세율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OECD 35개 국가 중 13곳 폐지

日은 납부유예 등 규제개혁 추진

"일자리 창출·투자확대 조건으로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도 고려"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보호장치가 없다면 가족기업은 서너 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사그라들 것입니다.”

재벌 3세들은 부모의 자산을 상속받으려면 최대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하는 경우 30%에 달하는 할증제가 추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물려받는 주식 지분의 최대 65%를 상속세로 납부하면 계열사들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은 이론상 3분의1로 쪼그라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현금이 턱없이 부족한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주머니 사정이 제법 넉넉한 대기업이라도 상속 과정에서 계열사 주식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주식을 넘기더라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해야 한국에서도 100년 기업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속세를 부담하게 하더라도 최소한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전까지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지만 정부 압력에 따라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는 추세라 경영권 지키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인식에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차등의결권이다.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株)당 2표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는 제도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미 차등의결권을 적용받고 있다. 구글이 대표 사례다. 구글은 보통주를 클래스A·B·C로 구분해 주식을 발행하는데 클래스B는 A보다 열 배의 의결권을 갖는다. 구글 공동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20% 수준의 지분으로 70%에 가까운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클래스B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업체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포드자동차 역시 7%의 지분을 소유한 포드 일가에 40%의 복수의결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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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결국 상속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캐나다·호주 등 13개국은 직계비속이 기업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안 낸다. 일본 역시 고율의 세율로 가업승계가 줄어들자 상속세 납부 유예 등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승계 시 명목 최고세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속세를 줄이는 한편 경영권 상속 관련 주식에 대해서는 공제요건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강소기업이 경제를 떠받치는 독일을 보면 창업주가 주식을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사실상 상속세(4.5%)를 거의 안 낸다. 우리나라도 ‘가업상속공제’를 두고는 있지만 상속 전 사업영위기간 10년 이상, 상속 후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등 까다로운 요건 탓에 활용 사례가 많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 수익을 좇는 헤지펀드가 틈새를 노려 경영권을 잡으면 종업원과 협력업체·지역공동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며 “공제요건을 느슨하게 해주되 대가로 고용 증대와 투자 증대를 약속하고 지키게 하는 조건을 내거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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