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쟁점으로 본 '이수역 폭행'] '여혐 폭행·여자가 먼저 때렸다'...진실은?

■시비·몸싸움 주체 과연 누구인가

경찰, "여성 2명이 소란스럽게 굴며 시비 시작"

"여성이 가방 든 남성 손 쳐 몸싸움 시작"

전문가, "남혐·여혐 현실서 표출...이번 사건 일어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 사건 청원 참여인원이 15일 오후4시 기준으로 32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 사건 청원 참여인원이 15일 오후4시 기준으로 32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원 3일 만에 34만 명 넘는 동의를 받은 ‘이수역 폭행’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당초 이번 사건은 ‘여혐 폭행’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하루 뒤 여성 측의 ‘남혐 조롱’ 동영상이 공개되며 여론은 사건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15일 남성 중 일부가 계단에서 여성의 팔목을 잡고 있는 영상이 공개되며 이번 사건은 ‘남성의 폭행 혐의 적용’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건의 양상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셈이다. 이에 ‘이수역 폭행’ 사건을 쟁점별로 살펴봤다.

◇시비, 누가 먼저 걸었나?=당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수역 폭행사건’ 글은 마치 남성이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은 여성’을 혐오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식으로 작성됐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주점 내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을 청취한 경찰에 따르면 이수역 폭행 사건은 여성들의 소란 행위 때문에 시작됐다. 사실상 여성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한 셈이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 여성 2명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자 옆에 있던 남녀커플이 쳐다봤다”며 “이에 여성들이 뭘 쳐다보냐고 하면서 1차 말다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업주가 여성 측에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곧이어 커플이 자리를 피했다. 이후 애초 주점에 있던 남성 중 2명이 담배를 피운 후 자리로 돌아오자 여성들은 “너희들 아직도 안 갔냐”면서 말다툼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성 측이 시비 주체가 아닐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15일 여성 일행 중 1명은 인터뷰를 통해 “술집에서 남성들이 먼저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고 밖에서는 계단 앞에서 발로 차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공개된 ‘이수역 폭행 사건’ 여성들의 욕설이 남성 일행의 비하 발언으로 촉발됐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 성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이번 폭행 의혹의 진짜 원인이었는지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당초 이수역 폭행 사건 논란이 촉발된 ‘여혐’·‘남혐’ 발언은 최초 진술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주점 업주 진술 내용과 최초 지구대에서 초동조치 시 받은 자필진술서를 봐도 해당 발언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다쳤다는 한 여성이 포털사이트 네이트판에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됐다”며 사진을 올렸다./사진제공=네이트판캡처‘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다쳤다는 한 여성이 포털사이트 네이트판에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됐다”며 사진을 올렸다./사진제공=네이트판캡처


◇‘몸 싸움’, 누가 시작했나=경찰 조사에 따르면 몸 싸움 단초는 여성들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비 중 여성 1명이 남성들 테이블로 가 남성 1명이 가방을 들고 있던 손을 쳤다”며 “이에 또 다른 남성 1명이 여성 1명의 모자 챙을 손으로 쳐서 벗겨지게 됐고 재차 여성 1명이 다른 남성 모자를 쳐 서로 흥분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지어 여성 일행 중 한 명은 남성에게 접근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이에 남성은 만세를 하는 듯한 동작을 취해 폭행 등 혐의를 최대한 피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경찰은 “몸싸움 후 남성들이 나가려고 하자 여성 측이 이를 제지하고 남자들을 따라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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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남성들은 여성들과 불필요한 접촉을 최대한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성 일행 중 한 명이 머리에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 만큼 남성들의 폭행 여부는 중요한 쟁점이다. 남성들은 부인하지만 여성들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 중이다.

15일 여성 일행 중 1명은 인터뷰를 통해 사건 당시 영상을 제시하며 “한 남성이 계단에서 피해 여성 팔목을 잡고 밀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서 여성은 팔목을 잡힌 채 “계단에서 밀지 말라고! 밀지 말라고!”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남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여성들이 ‘남성 혐오’ 발언을 했고, 계단에서 혼자 뒤로 넘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에 공개된 이수역 주점 목격자 영상. ‘혐오발언’이 오고 가자, 주점 사장이 만류한다./사진제공=유튜브 캡처유튜브에 공개된 이수역 주점 목격자 영상. ‘혐오발언’이 오고 가자, 주점 사장이 만류한다./사진제공=유튜브 캡처


◇‘남혐·여혐’ 性 대결 문제인가=전문가들은 온라인 중심으로 벌어지던 ‘남혐·여혐’이 드디어 현실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냈다. 온라인 공간에서만 표출했던 상대 性에 대한 혐오가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며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면인 남녀가 주점이라는 공적 장소에서 남혐·여혐 발언을 주고받는 것은 분명 흔하지 않다”며 “그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한 집단으로서 남성·여성에 대한 혐오가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그 어떤 혐오 발언이 있어도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라며 “오늘날 남혐·여혐의 뿌리에는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사회 약자들의 분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초중등 시기에 젠더 감수성 교육을 강화할 때 남녀 상대 성에 대한 무지가 야기하는 혐오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14일 A 씨(21) 등 남성 3명, B 씨(23) 등 여성 2명을 포함한 총 5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조만간 경찰은 양측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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