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강사법(고등교육법)’을 놓고 대학원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 대학들이 ‘강사 줄이기’를 위해 개설 과목 및 졸업학점 축소, 강의 대형화에 나서면서 ‘예비 강사’들은 이를 두고 ‘꼼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는 22일 대학 본부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대책위에 포함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고려대분회 측은 “고려대 전임교수가 1,720명인데 비해 시간강사가 1,251명이나 된다”면서 “본부에서 학과·단과대학에 이달 말까지 강사법 대응책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대책위는 이 제출을 막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강사법 논란은 지난 2011년 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으나 대학들이 예산 부족, 대량해고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법 시행이 세 차례나 연기됐다. 최종 시행 시점은 2019년 1월이다.
시행 시점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최근 대학들은 ‘시간강사 제로’를 위해 학과별 감축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고려대는 각 학과에 2019학년도 1학기 개설과목을 현재 대비 20% 줄이고 외국인 교원·명예교수 등의 강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졸업요구학점도 현행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내년부터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해 대학이 이들을 1년 이상 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강사법 시행에 대비한 조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고려대 뿐이 아니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도 내년부터 시간강사를 550명에서 15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양대에서도 2019학년도 1학기 강사를 전혀 채용하지 않고 연세대의 경우 송도캠퍼스 강의를 절반가량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막무가내식 강사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대학원생과 시간강사 사이에서는 대학이 고등 교육의 질을 저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7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고려대분회에서 개최한 긴급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모 씨는 “시간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게 되면서 원래 1학기에만 강의를 개설한 시간강사에게 학교가 2학기 때 전공과는 상관없는 다른 교양과목 강의를 맡기게 될 것”이라며 “대학에서는 시간강사를 고용한 김에 다른 과목 강의를 시켜서라도 효용을 높이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강사가 줄어들면 100명 이상의 대형 강의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모 씨는 “요새 고등학교도 한 반에 40명이 안 되는데 (고등교육인) 대학이 한 강의에 기본 80명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강사법의 취지를 살리되 대학의 ‘꼼수’를 막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려대 측은 “강사법 시행과 관련해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분위기로는) 연내에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